나를 알아 주는 자
Posted by 優拙堂
내가 우중(雨中)에 누워서 일생 동안 남에게 빌린 물건을 생각해 보니 낱낱이 셀 수 있었다. 내 성품이 매우 옹졸하여 먼저 남의 눈치를 살펴서 어렵게 여기는 빛이 있으면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상대방이 내게 대하여 조금도 인색하지 않음을 확실히 안 뒤에야 비로소 말했다. 남의 말이나 나귀를 빌린 것은 단지 6~7회뿐이고, 그 외는 모두 걸어다녔다. 혹시 남의 하인이나 말을 빌리면 그 굶주리고 피곤함을 생각하여 마음이 매우 불안하였으니, 결코 천천히 걸어다니는 것만큼 편치 못했다. 부모님이 병중에 계셨는데도 약을 지을 길이 없어서 친척에게 돈 백 문(文)과 쌀 몇 말을 빌린 일이 있다. 일찍이 아내가 병들어 원기(元氣)가 크게 쇠하였으므로 친척에게 약을 빌었는데 마음이 서먹하여, 부모님의 병환 때에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