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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남을 헐뜯는 사람, 예뻐하는 사람

내 어려서부터 세상사를 편력해 이제 백발의 노인이 되었다. 헐뜯고 칭찬하는 것은 늘상 있는 일, 이미 겪을 만큼 겪었다. 대체로 나보다 나은 사람은 나를 예뻐하는 경우가 많고 나와 비등한 이는 나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으며 나만 못한 이는 나를 헐뜯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남을 헐뜯는 사람을 볼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그대가 어찌 그만 못하겠소. 뭐 하러 그를 헐뜯는단 말이오.” 헐뜯던 자들이 내 말을 듣고는 그만두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공정한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자도 드물다. 유약하여 다루기 쉬우면 예뻐하는 것일 뿐이다. 아기는 마음대로 데리고 놀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예뻐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뻗대면 바로 미워한다. -성대중(成大中, 1732∼1809, 조선후기의 문신.학자)- 출전:..

[고전산문] 선과 악은 모두 나의 스승이다

선과 악은 모두 나의 스승이니, 선은 따르고 악은 고치면 모두 나에게 보탬이 된다. 그렇지만 선을 본받는 데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그러므로 제대로 본받기도 하고 제대로 본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악을 거울삼는 데는 한 가지 길뿐이다. 그러므로 악을 스승으로 삼는 것이 선을 스승으로 삼는 것보다 쉽다. 안자(顔子)와 증자(曾子)는 공자에게 배웠으니, 스승과 제자라는 명칭이 있은 이래로 누구도 이들보다 훌륭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터득하지 못한 점이 있는 것은 배울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안자와 증자도 오히려 그러하였는데 더구나 다른 사람의 경우에 있어서이겠는가? 하나라 걸왕(桀王)과 도척(盜跖)의 악(惡)은 사람들이 모두 거울삼을 수 있으니, 그것과 반대로 하면 요(堯) 임금, 순(舜) 임금이 될 수..

[고전산문] 참으로 알 수 없는 일

내가 젊었을 때 동음(洞陰 지금의 경기도 포천군 영중면)에서 박공 필점(朴公弼漸)을 만난 적이 있는데, 공이 내게 근자에 글을 많이 읽느냐고 묻기에 “벼슬길에 나선 뒤로는 많이 읽지 못합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공이 “글을 읽지 않으면 어떻게 의심나는 일을 결정하겠는가.(何以決疑事耶 즉 어찌 의심스런 일들을 바르게 판단하고 분별하겠는가?)” 하였는데, 늙어갈수록 더욱 그 말이 의미심장함을 알겠다. (하략)(청성잡기 제5권 성언/'독서와 박공(朴公)의 가르침') 남에게 오만하게 굴면서 남이 공손해 주기를 바라고, 남에게 야박하게 하면서 남이 후하게 해 주기를 바란다면 세상에 이런 이치는 없으니, 이것을 강요하면 화가 반드시 이른다. 자기가 잘못을 저질러 놓고서 남이 말하지 못하게 하고, 자기가 일..

[고전산문]용렬한 사람

용렬한 사람을 제어하는 것은 악한 사람을 제어하는 것보다 어렵다. 악한 사람은 필시 자부심이 강한 자일 것이니(자기가 하는 것이 악하고 나쁜 것임을 알고 행한다는 의미, 즉 확신범),잘 제어한다면 무슨 일이든 잘 해 낼 터이지만 용렬한 사람을 어디에 쓰겠는가. 그의 뜻을 따라 주면 환심은 사겠지만 일을 망칠 것이고 뜻을 따라 주지 않으면 불만을 품고 자신을 부리는 사람이 패망하기를 바랄 것이니, 용렬한 사람을 대하기가 참으로 어렵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용렬한 사람이 되는 것을 죽는 것보다 수치로 여긴다. 무신년(1728, 영조 4) 난리 때 청안 현감(淸安縣監) 이정열(李廷說)이 적에게 인부(印符)를 잃고 서울로 붙잡혀 왔다. 이정열은 임금의 혈족이고 색목(色目 정치당파)도 역도(逆徒)들과 달랐으므로 영..

[고전산문] 매화를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것에 대하여

박생 유준(朴生惟儁)이 자기는 매화를 사랑한다고 나에게 일찍이 말하였다. 그의 집 뜰에 매화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 날마다 북돋우고 물을 주면서 사랑하여 마지않았다. 그리고는 글을 지어 이 뜻을 기록해서 나에게 보여 주었는데, 그 말 중에 취할 만한 점이 없지도 않았다. 이에 내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대의 글이 좋기는 하다마는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 그것은 즉 매화를 사랑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만 하였을 뿐이요, 사랑하게 되는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이에 대해서 한번 밝혀 볼까 한다. 대저 관상(觀賞)할 만한 꽃들을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 홍색, 황색, 자색, 백색의 아리땁고 고운 꽃들이 아름다움을 경쟁하면서 다투어 피어날 적에는 어느 것 하..

[고전산문] 뜻을 참되게 한다(誠意)는 것에 대하여

《대학》에 이르기를, “이른바 그 뜻을 참되게 한다는 것은 스스로 속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나쁜 냄새를 싫어하는 것처럼 하고, 좋은 색을 좋아하는 것처럼 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스스로 기꺼워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자기 홀로 있을 때를 삼가는 것이다.”라고 하였다.(인용 한자원문생략) ○ 그 뜻을 참되게 한다는 것은, 선을 행하고 악을 없애려고 하는 뜻을 한결같이 한다는 말이다. 그 뜻을 참되게 하는 것은 스스로 속이지 않는 것이라고 한 것은, 즉 성의(誠意)의 공부는 오직 자신을 속이는 일을 하지 않는 데에 있을 뿐이라는 말이다. 스스로 속인다는 것은, 선인 줄을 알면서도 하려 하지 않고 악인 줄을 알면서도 하려 하는 것을 말한다. 선은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대상이고..

[고전산문] 폐단을 구제하는 도리

(상략)무릇 폐단을 구제하는 도리로 말하면, 마치 의자(醫者)가 병을 치료할 때에 반드시 그 병근(病根)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찾아서 먼저 병마가 침노한 근본을 치료하고 병이 생기게 된 원인을 막은 뒤에 당시에 앓고 있는 증세를 치료해야만 병을 없앨 수 있고 나아가 몸의 기운을 완전히 회복시킬 수 있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대저 군역(軍役)을 감당할 수 없게 되는 이유는 군인(軍人)의 숫자가 원래 적기 때문입니다. 군역은 모두 양인(良人)이 부담하는데, 옛날에는 양인의 숫자가 많지 않은 것이 아니었습니다마는, 지금에 와서는 양인이 매우 적어져서 읍(邑)마다 거주하는 백성 가운데 공천(公賤)과 사천(私賤)이 열에 팔 구를 차지하고 양인은 열에 하나나 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지금 매우 적기만 한 군인을..

[고전산문] 내 마음으로 남을 헤아려 판단해서는 안된다

무릇 내 마음으로 남의 마음을 헤아려 판단하는 것이 가장 일을 해치는 것이다. 만약 어떤 일이 의사(疑似,비슷하여 분간키 어려움, 긴가민가함)한 것만을 보고서 그 사람의 마음을 자기 혼자 헤아려 보고는 희로(喜怒)의 감정을 발한다면, 그 사람이 억울하다면서 원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대개 일만 보면 그렇게 생각할 요소가 있다 해도 그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혹 있을 수 있다. 일이 그렇게 된 것은 그가 일을 분명하게 요량하지 못해 일 처리를 잘못한 탓일 수 있으니 그의 마음이 꼭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일이 잘못된 것을 보고 그 마음을 헤아려서 화를 냈다지만, 만약 그의 마음이 실제로 그렇지 않다면 이 또한 억울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와 같은 경우를 당했을 때에는 무턱대고 ..

[고전산문]자송록(自訟錄)

나는 사람됨이 불민(不敏, 어리석고 둔함)해서 평소에 허물이 많다. 그런데 매번 허물을 지을 그 당시에는 그것이 허물인 줄을 알지 못하다가, 그 일이 지나고 난 뒤에야 알게 되고, 알고 나면 미상불 후회하곤 한다. 사람은 항상 허물을 짓고 난 뒤에야 고치게 마련이다. 대저 허물을 지을 때마다 반드시 그것을 깨닫고, 깨닫는 즉시로 뉘우친다면 그래도 고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흐르다 보면 망각하게 되고, 망각하면 다시 똑같은 허물을 짓게 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후로는 허물인 줄을 알고 나서 내심으로 자신을 꾸짖을 그때마다 곧바로 그 사실을 기록해 두고 성심으로 고쳐 보려고 하니, 이는 시간이 오래 흐르다 보면 그만 망각하고서 다시 똑같이 행동할까 두렵기 때..

[고전산문] 사람의 삶이란 여인숙의 나그네와 같은 것

(상략)...대개 몸의 동작과 언어는 밖으로 드러나는 반면 마음의 의욕(意欲)과 사려(思慮)는 안에 감추어져 있는데, 그 속에서 공(公)ㆍ사(私)와 천리(天理)ㆍ인욕(人欲)이 나누어진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요소가 서로 뒤섞인 채 다스려지지 못하면, 필연적으로 삿된 요소가 기승을 부려 바른 요소가 무너지게 되니, 이렇게 해서 결국은 소인(小人)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사욕(私欲)을 제거한 뒤에야 정리(正理)가 보존되는 것인데, 성문(聖門, 성인의 도)의 학문이 반드시 마음을 다스리고 몸을 닦는 것으로 급선무를 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하겠다...(중략) 대저 사람의 삶이란 여인숙의 나그네와 같은 것이다. 세간에 머무는 시간도 잠깐 동안에 지나갈 뿐이요, 일단 그 시간이 지나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