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고전산문] 독서에 대하여

많이 읽지 않으면 그 의미를 알 수 없으며, 널리 보지 않으면 그 변화에 통달할 수 없다 글이란 옛 성현(聖賢)들의 정신과 심술(心術)의 운용이다. 옛 성현들이 영구히 살면서 가르침을 베풀 수 없었기 때문에 반드시 글을 지어서 후세에 남겨 후인들로 하여금 그 글 속의 말을 통하여 성현의 자취를 찾고 그 자취를 통하여 성현의 이치를 터득하게 하고자 한 것이니, 이 때문에 후세의 선비들이 한결같이 글을 읽어서 성현의 뜻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이 읽지 않으면 그 의미를 알 수 없으며, 널리 보지 않으면 그 변화에 통달할 수 없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책 일만 권을 읽으면 붓끝에 신기가 어린 듯하다.[讀書破萬卷 下筆如有神]” 하였으며, 또 말하기를 “글을 일천 번을 읽으면 그 의미가 저절로 나타난다...

[고전산문] 덕(德)을 진취하려면 치지(致知)를 해야 한다

엊그제 그대의 큰형과 막내 아우가 나란히 적막한 물가에 사는 나를 찾아주었는데 난초 같은 인정을 거의 잊기 어려웠습니다. 그대의 큰형님이 오셨을 때 토론한 바가 많았는데 맞는 말을 하였는지의 여부는 논할 것도 없이 깊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대가 보낸 편지의 뜻을 보건대, 관례에 따라 쓴 세속의 편지가 아니고 충심에서 나온 것이었으니, 이 얼마나 기쁜 소식이겠습니까. (중략)대체로 학문하는 방법은 반드시 먼저 고문(古文)을 널리 통달하고 반드시 스스로 터득하는 것을 귀히 여깁니다. 그러나 고문을 널리 통달하려는 것은, 많이 듣고 말을 신중히 하며 많이 보고 행실을 신중히 하며 자세히 묻고 명확하게 분변하며 많이 알고 덕을 쌓는 것을 말한 것이지, 세상 사람처럼 괴벽한 일이나 찾고 기이한 설이나 주워다가 ..

[고전산문] 차라리 서툴지언정 잔재주를 부리지 않는다

내가 병이 든 6년 동안 문을 닫고 바깥 출입을 끊었으나 손님의 접대는 그래도 전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집안 식구들이나 손님들이 병이 심하다는 것을 모른다. 그러나 기운은 날로 줄어들고 혈기는 날로 쇠잔하여 정신과 의지가 점차 전만 못해지는 것이 저절로 느껴진다. 그러던 것이 올 봄 이후로는 형세가 비탈을 내려가는 것과 같아서 거의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의학상으로 보아 죽을 만한 증후가 한두 가지가 아니니, 이러고서야 어찌 이 세상을 오랫동안 볼 수 있겠느냐. 삶이란 이 세상에 잠깐 들른 것이요, 죽음이란 원래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사실 슬퍼할 것은 없다. 그러나 슬퍼할 만한 일은 한 번 가면 다시 돌이킬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생각해 보건대 이 세상에서 살아온 48년 동안 칭송..

[고전산문] 배움이란 뜻을 겸손히 갖는 것

독서하면서 의문을 갖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지. 의문이 적으면 진보도 적고, 의문이 많으면 진보도 많다는 주자의 말이 실로 바꿀 수 없는 정론이지. 그러나 계속 의심만 하고 일정한 귀결처(歸結處)가 없으면 마음이 점점 분란해져서 실효를 얻기가 어려운 법이라네. 나는 생각하기를 독서에 있어 자득(自得)이 비록 귀중한 것이지만 자득한 뜻이 먼저 마음 속을 가로막고 있으면, 선유(先儒)들 교훈에 대해 일부러 하자만을 찾아 내려는 병폐가 있을 염려가 있을 것일세. 따라서 우선 선유들의 주석대로 읽고 또 읽어 오래도록 침착하게 음미하고도 의문이 끝내 풀리지 않더라도 또 한번 생각하기를, “나의 일시적 얕은 견해가 선현들보다 나을 이치가 있겠는가. 이는 틀림없이 내가 잘못 본 것이지.”라 해야 하네. 그리고 또 오..

[고전산문] 버려두면 돌이요 사용하면 기물이다

여종이 밭에서 땅을 파다가 흙덩이 같은 한 물건을 얻었다. 두드려 보니 돌 소리가 나기에 흙을 벗기고 이끼를 긁어내니 작은 돌솥이었다. 자루는 3촌(寸) 길이이고 용량은 두 되 남짓 되었다. 모래로 문지르고 물로 씻어내니, 광택이 나고 깨끗한 것이 사랑스러웠다. 내가 자리 곁에 두게 하고 차와 약을 달이는 도구로 삼았으며, 때로 손으로 어루만지며 장난삼아 말하기를, “돌솥아, 돌솥아. 하늘과 더불어 돌이 된 지가 몇 해이며, 솜씨 좋은 석공이 다듬어 솥으로 만들어 인가에 사용된 지는 또 몇 해인가. 흙 속에 묻혀 세상에 쓰이지 못한 지 또 몇 해 만에 이제 내 손에 들어왔느냐. 아! 돌이란 것은 사물 중에서 가장 천하고 둔한 것인데도 세상에 숨겨지고 드러나는 데에 운수가 없을 수 없는 것이 이와 같다. ..

[고전산문] 남을 권면하기는 쉽고 자신을 권면하기는 어려운 법

필(韠)은 사룁니다. 보내온 서찰에서 저를 허여(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줌)함은 너무 지나치고 저를 책망함은 참으로 타당하니, 감히 묵묵히 있을 수만은 없어 대략 속마음을 서술하고자 합니다. 저는 타고난 성품이 소탄(疏誕, 태생적으로 얽매임이 없고 자유로움)하여 세상 사람들과 잘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대광실 큰 집을 만나면 반드시 침을 뱉고 지나갔으며, 누추한 거리에 초라한 집을 보면 반드시 배회하고 돌아보며 곡굉음수(曲肱飮水,팔뚝을 굽혀 베개로 삼고 배고프면 물을 마신다는 뜻, 즉 가난할지라도 분수를 알고 양심을 지키는 의로운 삶을 의미, 논어 술이에 나옴)하면서 그 즐거움을 바꾸지 않는 사람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매양 고관대작으로서 온 세상이 어질다고 하는 사람을 보면 종놈처럼 비루하게 여기고..

[고전산문] 이치란 사물의 당연한 법칙

(상략) 이치란 사물의 당연한 법칙으로 저절로 그만둘 수 없는 것입니다. 무릇 소리, 빛깔, 모양, 상(象)을 갖추고서 천지 사이에 가득 차 있는 것이 모두 물건인데, 각각 당연한 이치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사람에 있어 마음이란 실로 한 몸의 주인이 되어 만선(萬善)을 지니고 만화(萬化)를 거느리며 동정(動靜)을 꿰뚫고 본말(本末)을 겸하는 것입니다. 몸에 갖추어져서는 시청(視聽)과 언동(言動)의 준칙이 되고, 사람과 접촉할 때에는 민이(民彝, 사람으로서 마땅히 늘 지켜야할 떳떳한 도리)와 천질(天秩, 자연의 섭리와 질서)의 법전이 되고, 사물에 미칠 때에는 애양(愛養, 사랑으로 기름)하고 절제(節制)하는 마땅함이 되는 것입니다. 고금(옛날과 지금)에 유행하여 한순간도 중단됨이 없고 천지에 ..

[고전산문] 나는 나일 뿐

실제하는 나를 나라고 해도 좋고, 내가 아니라 해도 좋다. 나라고 해도 나이고, 내가 아니라고 해도 나이다. 나이고 나 아닌 사이에 나라고 할 것이 없다. 겹겹으로 구슬이 주렁주렁한데 누가 큰 마니주(여의주) 속에서 껍데기 형상에 집착하는가. 하하. (是我亦我。非我亦我。是我亦可。非我亦可。是非之間。無以爲我。帝珠重重。誰能執相於大摩尼中。呵呵)-추사 김정희(金正喜, 1786~1856), 완당전집 제 6권 '자화상(自畵像), 자제소조(自題小照)'-▲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신호열 (역) | 1988

[고전산문] 세한도 발문(歲寒圖 跋文): 진정한 벗

그대가 지난해에 계복의 『만학집 晩學集』과 운경의 『대운산방문고大運山房文庫』두 책을 부쳐주고, 올해 또 하장령이 편찬한 『황조경세문편皇朝經世文編』120권을 보내주니, 이 모두는 세상에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천리 만리 먼 곳에서 사온 것이고, 또 여러 해에 걸쳐서 얻은 것이니, 한번에 가능할 수 있는 일은 더욱 아닌 까닭이다. 지금의 도도하고 각박한 세상 인심은 나도나도 권세와 이득을 쫒아 제 잇속만을 챙기는 이기적인 풍조가 온통 휩쓸고 있는데, 세상 풍조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서책을 구하는 일에 마음을 다하고 힘쓰기를 이처럼 애써 하면서도, 그대에게 권세와 이득을 보장해 줄만한 사람에게 주지 않고, 바다 저멀리 초췌하게 야위고 초라한 이 사람에게 건네주기를 마치 세상사람들이 제 잇속을 챙기듯이 하였구..

[고전산문] 오만을 경계하다

사람에겐 세 가지 병이 있다(民有三疾). 광(狂)이 그 중의 하나다. 광(狂)은 오히려 가르칠만 하다. 하지만 오만(傲慢)은 가르친단 말을 듣지 못했다. 오만은 덕을 흉하게 하는 까닭이다. 실로 사람의 악이 아닐 수 없다. 너는 어찌 그리도 어리석길래 이 오만의 이름을 덥석 받았단 말인가? 힘써 바라는 것에 진실이 있을진대, 이름이 훼손된 것에 어찌 원인이 없겠는가. 네가 군자로써 오만하면 네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네가 소인으로써 오만하면 스스로 화를 불러들일 따름이다. 네가 지금 스스로 오만함의 구덩이에 빠졌으니, 비웃음 당하고 꾸지람을 듣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허나 비록 남이 네 허물을 들먹인다할지라도, 네 스스로는 그것들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참조: 번역글이 쉽게 와닿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