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게으름 병
Posted by 優拙堂
내가 게으른 병이 있어서 이것을 객(客)에게 알리기를, “이렇게 바쁜 세상에 나는 게으름뱅이로 작은 몸 하나도 제대로 지탱해 나가지 못하며, 집이라고 하나 있는데도 게을러서 풀도 매지 아니하고, 책이 천 권이나 있는데 좀이 생겨도 게을러서 펴보지 아니하며, 머리가 헝클어져도 게을러서 빗지 아니하며, 몸에 병이 있어도 게을러서 치료하지 아니하며, 남과 더불어 사귀는데도 게을러서 담소하며 노는 일이 적으며, 사람들과 서로 왕래하는데도 게을러서 그 왕래가 적으며, 또 입은 말을 게을리하고, 발은 걸음을 게을리하며, 눈은 보는 것을 게을리하여, 땅을 밟든지 일을 당하든지 간에 무엇에든지 게으르지 않는 것이 없는데, 이런 병을 무슨 재주로 낫게 하겠는가?” 하고 말을 하니, 객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물러가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