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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그러고도 군자인가

자신을 먼저 돌아보라 남에게 오만하게 굴면서 남이 공손해 주기를 바라고, 남에게 야박하게 하면서 남이 후하게 해 주기를 바란다면 세상에 이런 이치는 없으니, 이것을 강요하면 화가 반드시 이른다. 자기가 잘못을 저질러 놓고서 남이 말하지 못하게 하고, 자기가 일을 망쳐놓고서 남이 질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걸주의 포악함으로도 하지 못하는데 필부가 할 수 있겠는가. 그러고도 군자인가 인자(仁者)는 자신이 서고자 하면 남을 세워 주고 자신이 영달하고자 하면 남을 영달하게 한다. 요즘 군자는 이와 달라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남에게는 반대로 한다. 자기가 서고자 하면 남이 서는 것을 저지하고 자기가 영달하고자 하면 남의 영달을 막아서 남을 해칠 뿐만 아니라 천도까지 어긴다. 그리하여 사람과 하늘이 모두 그를 미워..

[고전산문] 지나치게 참으면 병이 된다

「지나치게 말을 조심하고 참기만 하는 자는 반드시 마음의 병을 부른다. 정승 김약로(金若魯)가 좋은 예이니, 김약로는 그의 형 김취로(金取魯)가 망언을 많이 하는 것을 근심하여 말을 참기만 하다가 끝내 마음의 병이 생겼다. 대체로 사람이 한평생 쓰는 것은 배운 힘이 아니면 마음의 힘이다. 마음의 힘이 넉넉하면 참으로 좋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면 반드시 배운 힘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 배움이 마음을 수양하기에 부족한데 마음을 지나치게 쓰면 반드시 병이 되니, 말도 한결같이 참기만 해서는 안 된다. 마음속에 있는 것은 반드시 밖으로 드러나게 되니 어찌 참는다고 되겠는가? 요컨대 남의 단점을 지나치게 말하지도 말고 남의 장점을 과장되게 말하지도 말되, 칭찬은 많이 하고 질책은 적게 할 뿐이다. 완사종(阮嗣宗..

[고전산문] 지극한 공경은 꾸밈이 없고 큰 음악은 소리가 없는 법

지혜는 막힐 때가 있고, 재주는 다할 때가 있고, 도의는 잃을 때가 있고, 명예는 훼손될 때가 있다. 나에게서 나온 것도 이러한데 더군다나 밖에서 이른 것이겠는가? 도덕을 지닌 사람은 항상 남과 소원하고, 사리에 통달한 사람은 항상 세상과 소원하다. 교만과 인색은 다 나쁜 점이다. 그러나 하늘은 인색보다 교만을 더 미워한다. 천하에 믿을 만한 것이 없고 오직 부지런함과 삼감을 믿을 만하다. 그러나 자신이 삼간다고 믿으면 벌써 삼가는 것이 아니고, 부지런하다고 믿으면 도리어 재앙이 된다. 남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은 반드시 남을 존경하고, 남에게 모욕을 당하는 사람은 반드시 남을 모욕한다. 의리를 바르게 행하고 도를 밝히는 사람은 공리(功利)가 절로 찾아오지만, 공을 계산하고 이익을 꾀하는 사람은 반드시 그..

[고전산문] 예나 지금이나

세상 사람들은 항상 옛날과 지금의 풍속이 다르다고 말하지만, 이는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 풍속도 옛날 풍속과 같다. 《서경(書經)》 우서(虞書) 순전(舜典)에, “오랑캐들이 중국을 어지럽히며, 도적들이 안팎으로 간악한 짓을 한다.”하였는데, 후세의 화란(禍亂)도 이 두 가지에서 연유하였다. 《서경》 주서(周書) 태서(泰誓)에는,“집집마다 붕당을 지어 원수가 되고 권세를 끼고서 서로 위협하고 죽인다.”하였는데, 후세에 다투어 빼앗는 것도 이와 같을 뿐이다. 또 《장자(莊子)》 ☞열어구(列禦寇)에는, “일명(一命)을 받고 사(士)가 되어 등뼈가 꼿꼿해지고, 재명(再命)을 받고 대부(大夫)가 되어 수레 위에서 춤을 추고, 삼명(三命)을 받고 경(卿)이 되어 백숙부(伯叔父)의 이름도 함부로 부른다.” 하였는데..

[고전산문]무고한 죽음은 하늘이 갚아 준다

무고한 죽음은 하늘이 갚아 준다 남을 괴롭히는 자가 더할 수 없는 괴로움을 주고 나서 만족스럽게 여기자, 곁에서 보고 있던 자가 경계하기를,“너무 심하게 하지 마라. 지나치면 반드시 보복이 되돌아올 것이다.” 하고, 이어서 괴로움을 당하는 자를 위로하였다. “심하게 괴롭힌다고 걱정하지 마라. 죽을 지경에 이르면 살아날 것이다.” 괴롭히는 자가 말하기를,“죽으면 어떻게 됩니까?”하자, 대답하였다.“죄 없이 죽이면 하늘이 대신 갚아 줄 것이다.” 왕연(王衍)이 후당(後唐)에 항복하자 후당 장종(莊宗)이 조서를 내려 위로하며 말하였다.“정말 땅을 나누어 봉해 주고, 반드시 험한 곳으로 내몰지는 않겠다. 하늘에 맹세코 한마디 말도 속이지 않으리라.” 왕연은 조서를 믿고서 모든 족인(族人)들을 데리고 동쪽으로 갔..

[고전산문]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인간세상

세상 사람들은 항상 옛날과 지금의 풍속이 다르다고 말하지만, 이는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 풍속도 옛날 풍속과 같다. 《서경(書經)》 우서(虞書) 순전(舜典)에, “오랑캐들이 중국을 어지럽히며, 도적들이 안팎으로 간악한 짓을 한다.”하였는데, 후세의 화란(禍亂, 재앙과 난리)도 이 두 가지에서 연유하였다. 《서경》 주서(周書) 태서(泰誓)에는, “집집마다 붕당(朋黨, 이해관계와 뜻을 같이하는 무리)을 지어 원수가 되고 권세를 끼고서 서로 위협하고 죽인다.” 하였는데, 후세에 다투어 빼앗는 것도 이와 같을 뿐이다. 또 《장자(莊子)》 열어구(列禦寇)에는, “일명(一命)을 받고 사(士, 양반, 선비)가 되어 등뼈가 꼿꼿해지고, 재명(再命)을 받고 대부(大夫, 관료)가 되어 수레 위에서 춤을 추고, 삼명(三命..

[고전산문] 노력보다 값진 것은 없다

글 솜씨가 부족한 사람은 글 짓는 방법만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대고, 집안을 망치는 자는 집안 다스리는 방법만 번지르르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속셈은 적은 노력으로 많은 성과를 얻으려는 것이니, 절대로 젊은이들에게 배우게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말이 솔깃하게 들리지만 반드시 해를 입게 된다. ‘어려운 일을 먼저 하고 그 결과를 따지지 않는다(先難後獲,何事不然).’ 하였으니 무슨 일인들 그렇지 않겠는가? 농사를 가르칠 때는 일찍 일어나 밭 갈고 김매게 하고, 글을 가르칠 때는 많이 읽고 많이 짓게 해야 하니, 이것이 진정한 해결책이다. *[역자 주]어려운 일을 먼저 하고 그 결과를 따지지 않는다 : 번지(樊遲)가 인(仁)에 대해 묻자 공자가 대답하기를, “인자는 어려운 일을 먼저 하고 그 결과를 따..

[고전산문]남을 헐뜯는 사람, 예뻐하는 사람

내 어려서부터 세상사를 편력해 이제 백발의 노인이 되었다. 헐뜯고 칭찬하는 것은 늘상 있는 일, 이미 겪을 만큼 겪었다. 대체로 나보다 나은 사람은 나를 예뻐하는 경우가 많고 나와 비등한 이는 나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으며 나만 못한 이는 나를 헐뜯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남을 헐뜯는 사람을 볼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그대가 어찌 그만 못하겠소. 뭐 하러 그를 헐뜯는단 말이오.” 헐뜯던 자들이 내 말을 듣고는 그만두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공정한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자도 드물다. 유약하여 다루기 쉬우면 예뻐하는 것일 뿐이다. 아기는 마음대로 데리고 놀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예뻐한다. 만약 조금이라도 뻗대면 바로 미워한다. -성대중(成大中, 1732∼1809, 조선후기의 문신.학자)- 출전:..

[고전산문] 선과 악은 모두 나의 스승이다

선과 악은 모두 나의 스승이니, 선은 따르고 악은 고치면 모두 나에게 보탬이 된다. 그렇지만 선을 본받는 데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그러므로 제대로 본받기도 하고 제대로 본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악을 거울삼는 데는 한 가지 길뿐이다. 그러므로 악을 스승으로 삼는 것이 선을 스승으로 삼는 것보다 쉽다. 안자(顔子)와 증자(曾子)는 공자에게 배웠으니, 스승과 제자라는 명칭이 있은 이래로 누구도 이들보다 훌륭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터득하지 못한 점이 있는 것은 배울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안자와 증자도 오히려 그러하였는데 더구나 다른 사람의 경우에 있어서이겠는가? 하나라 걸왕(桀王)과 도척(盜跖)의 악(惡)은 사람들이 모두 거울삼을 수 있으니, 그것과 반대로 하면 요(堯) 임금, 순(舜) 임금이 될 수..

[고전산문] 참으로 알 수 없는 일

내가 젊었을 때 동음(洞陰 지금의 경기도 포천군 영중면)에서 박공 필점(朴公弼漸)을 만난 적이 있는데, 공이 내게 근자에 글을 많이 읽느냐고 묻기에 “벼슬길에 나선 뒤로는 많이 읽지 못합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공이 “글을 읽지 않으면 어떻게 의심나는 일을 결정하겠는가.(何以決疑事耶 즉 어찌 의심스런 일들을 바르게 판단하고 분별하겠는가?)” 하였는데, 늙어갈수록 더욱 그 말이 의미심장함을 알겠다. (하략)(청성잡기 제5권 성언/'독서와 박공(朴公)의 가르침') 남에게 오만하게 굴면서 남이 공손해 주기를 바라고, 남에게 야박하게 하면서 남이 후하게 해 주기를 바란다면 세상에 이런 이치는 없으니, 이것을 강요하면 화가 반드시 이른다. 자기가 잘못을 저질러 놓고서 남이 말하지 못하게 하고, 자기가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