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청백안설(靑白眼說): 백안시(白眼視)할 수밖에 없는 이유
Posted by 優拙堂
완사종(阮嗣宗)*이 자기 눈을 청안(靑眼)과 백안(白眼)으로 곧잘 만들면서 예속(禮俗)에 물든 인사를 보면 번번이 백안으로 대했다고 하는데, 이런 것이야 본래 광사(狂士)의 기량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나는 평소에 이 일화를 흐뭇하게 여겨 왔다. 아, 선비가 이 흐린 세상에 살아가면서 한 점 아도(阿堵 사람의 눈[眼])를 가지고 끝없이 펼쳐지는 추잡하고도 괴이한 광경들을 보노라면 정말 곡마단 구경을 하는 것만 같을 것이다. 웃통을 벗어제치고 발가벗는가 하면 개처럼 싸우고 원숭이처럼 팔딱거리는 등 별별 행태와 모습을 보이면서 온갖 추악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으니, 가령 예(禮)가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으려 하는 단인(端人) 정사(正士)로 하여금 그 옆에 있게 한다면 그들이 차마 눈을 뜨고서 바로 볼 수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