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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한의열녀전서(三韓義烈女傳序):글은 자기 뜻을 드러내는 것

글을 짓는 체가 셋이 있으니, 첫째는 간결한 것이요, 둘째는 진실한 것이요, 셋째는 바른 것이다. 하늘을 말할 때 하늘이라고만 하고, 땅을 말할 때 땅이라고만 하는 것을 간결하다 하고, 나는 것은 물에 잠길 수 없고 검은 것은 희게 될 수 없는 이것을 진실이라 하고,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하는 것을 바른 것이라 한다. 그러나 미묘한 마음이 글로써 드러나는 것이니, 글이라는 것은 자기 뜻을 드러내어 남에게 알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간결하게 말하는 것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말을 번거롭게 하여 창달하고, 진실되게 말하는 것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사물을 빌려 비유하며, 바르게 말을 하는 것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뜻을 뒤집어서 깨닫게 하니, 번거롭게 하여 창달하는 것은 속됨을 싫어하지 않으며, 빌려..

취묵당기(醉默堂記): 망령된 말을 경계하다

무릇 세상 사람들은 술에 취해 있어도 침묵하지 않고 깨어 있어도 침묵하지 않는다. 이렇듯 말 때문에 재앙에 빠지는 조짐을 경계할 줄 모르니, 근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진실로 취해있어도 입을 다물어 침묵하고 깨어 있어도 침묵하여 입을 다물어, 마치 병의 마개를 막듯이 하여 일상의 습관으로 삼으면 반드시 재앙의 조짐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서 취해 있어도 침묵하지 않고 깨어나서도 침묵하지 않으면 재앙이 더불어 발생할 것이니 어찌 두렵지 않으리오. 만약에 취중에 침묵하지 못하고 술이 깬 다음에도 침묵하지 못한다면, 비록 몸이 재야에 은둔하더라도 도성(都城) 안에 거처하면서 말을 삼가지 않는 사람과 그 결과가 똑 같을 것이다. 이런 까닭에 구당(久堂) 박중구(朴仲久)가 임인년 여름에 네 번이나 ..

백이전의 해석 (伯夷傳解)

백이전은 아직 해석이 안 되는 부분이 많이 있으니 학사와 대부들이 병통으로 여긴다. 내가 여러 해석한 글을 베껴 그 의문을 풀어 보겠다. “순임금이 농촌에 처한 지 30년 만에 요임금이 천하를 양위하고 순임금이 우(禹)로 하여금 수십 년을 관장하게 하고 공효가 흥한 연후에 천하를 양위하였으니 그 전함이 이와 같이 어려운 것이다.” 논설하는 자들은 “요임금이 천하를 허유(許由)에게 양위하였으나 허유가 받지 아니하였고, 하나라의 때에 미쳐서는 변수(卞隨)와 무광(務光)이 있었다.”라고 하였다. 그 말에 정도의 차이가 크게 있어 흡족치 못하여서 태사공 사마천(司馬遷)이 의심하였으나 그 아버지 태사공 사마담(司馬談)이 기산에 올라 허유의 무덤을 보았다는 것 때문에 믿고는 그 아버지 태사공 사마담(司馬談)의 말을..

독수기(讀數記): 백이전을 11만번 읽다

【이것은 문집 속에 굳이 쓸 것이 아닌데 일부러 기록하였다. 나태한 후손으로 하여금 곳곳마다 보게 하여 선조께서 부지런히 배운 것을 알아 그 만의 한 가지 뜻이라도 계승토록 하고자 한 것이다.】 「백이전(伯夷傳)」은 1억1만3천 번(당시의 1억은 만의 열배, 즉 십만을 의미, 11만3천번)을 읽었고 「노자전(老子傳)」, 「분왕(分王)」, 「벽력금(霹靂琴)」, 「주책(周策)」, 「능허대기(凌虛臺記)」, 「의금장(衣錦章)」,「보망장(補亡章)」은 2만 번을 읽었다. 「제책(齊策)」, 「귀신장(鬼神章)」, 「목가산기(木假山記)」, 「제구양문(祭歐陽文)」, 「중용서(中庸序)」는 1만8천 번, 「송설존의서(送薛存義序)」, 「송원수재서(送元秀才序)」, 「백리해장(百里奚章)」은 1만5천번, 「획린해(獲麟解)」, 「사설..

송궁문(送窮文): 가난을 멀리 떠나 보내다

원화 육년 정월 을축날 저녁에, 주인이 하인 성으로 하여금 버드나무를 얶어 수레를 만들고 풀을 묶어 배를 만들게 한 다음, 미수가루와 양식을 싣고서 멍에 밑에 소를 매고 돛대 위에는 돛을 달고 궁귀(窮鬼, 가난귀신)에게 세 번 읍하며 그에게 말하였다.“듣건대 그대에겐 떠나야 할 날이 있다고 합니다. 비루한 내가 감히 갈 길은 묻지 못하겠으나, 몸소 배와 수레를 마련하고 비수가루와 양식도 모두 실어놓았소. 날짜 길하고 시절도 좋은 때라서 사방으로 떠나도 이로울 것이니, 그대는 밥 한 그릇을 먹고 술 한 잔 마신 다음, 친구와 무리들을 이끌고 옛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떠나도록 하오. 먼지 일으키며 수레 달리고 빠른 바람 타고 배 몰아 번개와 앞 다투며 간다면, 그대에게는 머물러 있다는 허물이 없게 ..

사설(師說): 스승에 대하여

옛날의 학자에게는 반드시 스승이 있었으니, 스승이라 하는 것은 도를 전하고 학업과 배움의 방법을 가르쳐 주고 의혹을 풀어주기 위한 방편으로 존재한다. 사람은 나면서부터 아는 것이 아닐진대 누가 능히 배움에 의문과 의심이 없을 수 있으리오. 학업에 있어서 의문을 갖고 의심을 하면서도 스승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 의혹된 것은 끝내 풀리지 않는다.누구든 나보다 먼저 나서 그 도를 들음이 진실로 나보다 앞선다면, 나는 그를 좇아서 나의 스승으로 할 것이요. 나보다 뒤에 났다 하더라도 그 도를 들음이 또한 나보다 앞선다면 이 또한 나는 그를 쫓아 스승으로 삼을 것이다. 나는 도를 스승으로 삼기 때문에 어찌 그 나이를 따져서 나보다 먼저 나고 나중에 난 것에 연연해하리오. 이런 까닭에 스승을 삼음에는 귀한 것도 없고..

송맹동야서(送孟東野序):소리는 평정을 얻지 못하면 나온다

대개 만물은 평정(平靜)을 얻을 수 없으면 소리를 내게 된다.(大凡物不得其平則鳴). 초목에는 소리가 없지만 바람이 흔들어 소리를 내게 된다. 물은 소리가 없지만, 바람이 움직여 소리를 내게 된다. 물이 솟구치며 튀어 오르는 것은 무엇인가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물이 세차게 흐르는 것은 무엇인가 가로막는 것이 있기때문이며, 그것이 끓어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열로 데우기 때문이다. 쇠나 돌같은 소리가 없는 것에도 무엇인가 두드려 소리를 내게 한다. 사람이 말함에 있어서도 그 이치는 같다. 부득이한 일이 있은 뒤에야 말이 나오게 된다(有不得已者而後言). 노래를 하는 것은 무언가를 그리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며, 우는 것은 마음 속에 무언가 감정이 있어서 설움이 복받쳐 나오기 때문이다. 무릇 입에서 나와서 소리가 되..

글자(字句)를 배열하는 것만으로 좋은 문장을 기대할 수 없다

작가(作家)의 작문법(作文法)을 엿보고자 하면 반드시 이와 같은 근기(根基, 기초基礎, 준칙)를 세워야 한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자구(字句)를 배열하는 것만으로 좋은 문장이 되기를 바라니, 어찌 될 수 있겠는가? 6월 26일에 유(愈 한유)는 이생(李生) 족하(足下)께 고하오. 그대가 보낸 편지는 문사(文辭)가 매우 뛰어난데도 묻는 태도가 어쩌면 이리도 겸손하고 공손하단 말이오. 능히 이와 같이 한다면 누군들 그대에게 자신의 도(道)를 일러주려 하지 않겠소. 도덕의 수양이 머지않아 성취(成就)될 것인데, 하물며 도덕을 밖으로 표현하는 문장(其外之文)*이야 더 말할 게 있겠소. 그러나 나는 이른바 공자(孔子)의 문장(門牆, 문과 담벼락)만을 바라보고 그 집안에는 들어가지 못한 사람이니, 어찌 옳고 그름..

원훼(原毁):비방과 훼방의 근원

옛날의 군자들은 자신을 책함은 두루 엄격하고 치밀하며(其責己也重以周기책기야중이주), 남을 대함은 가볍고 간략하였다.(其待人也輕以約 기대인야경이약), 엄격하고 철저하기 때문에 태만하지 않고, 가볍고 간략한 것은 선(善)을 도모하기를 좋아하는 까닭이다. 듣건대, 옛사람 중에 순(舜)임금이라는 분이 계신다. 그 사람됨이 어질고 의로운 분(仁義人)이라고 한다. 그래서 옛 군자들은 순임금이 순(舜)임금이 되신 이유를 살펴서 스스로 자기를 책망하고 권면하여 이르기를, "저도 사람이요, 나도 사람인데, 순임금이 이를 능히 잘 하셨다면, 어찌 나도 이를 능히 하지 못하겠는가?" 생각하였다. 그러고는 이른 아침부터 밤늦도록 마음에 뜻을 두고, 순(舜)임금과 같지 않은 것을 버리고 마침내 순(舜)임금과 같은 데로 나아갔다..

모영전(毛穎傳)

모영(毛穎)은 중산 사람이었다. 그의 조상은 명시(明眎)라는 이름의 토끼였다. 명시는 우임금을 도아 동쪽 땅을 다스리고 만물을 양육하는데 공을 세워 동쪽 묘(卯)땅의 제후로 봉해졌다. 죽어서는 십이지신의 하나가 되었다. 일찍이 그가 말하기를, “내 자손들은 신명의 후예이어서 다른 동물과 같아서는 안 될 것이니, 마땅히 자식을 입으로 토하여 낳을 것이다.” 하였다. 그 뒤로 과연 그렇게 되었다. 명시의 팔대 손자가 누(㝹, 토끼새끼 누)이다. 누로 말하자면, 세상에 전해지는 말로는 은나라 때에 중산에 살았다. 일찌기 신선술을 터득하여 능히 빛을 가려 몸을 감출 줄 알고 사물을 부릴 줄 알았다. 누는 항아(중국신화에 달을 관장하는 여신, 달의 정령)를 훔쳐서 두꺼비를 타고 달로 들어가버렸다. 그래서 그의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