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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맹동야서(送孟東野序):소리는 평정을 얻지 못하면 나온다

대개 만물은 평정(平靜)을 얻을 수 없으면 소리를 내게 된다.(大凡物不得其平則鳴). 초목에는 소리가 없지만 바람이 흔들어 소리를 내게 된다. 물은 소리가 없지만, 바람이 움직여 소리를 내게 된다. 물이 솟구치며 튀어 오르는 것은 무엇인가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물이 세차게 흐르는 것은 무엇인가 가로막는 것이 있기때문이며, 그것이 끓어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열로 데우기 때문이다. 쇠나 돌같은 소리가 없는 것에도 무엇인가 두드려 소리를 내게 한다. 사람이 말함에 있어서도 그 이치는 같다. 부득이한 일이 있은 뒤에야 말이 나오게 된다(有不得已者而後言). 노래를 하는 것은 무언가를 그리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며, 우는 것은 마음 속에 무언가 감정이 있어서 설움이 복받쳐 나오기 때문이다. 무릇 입에서 나와서 소리가 되..

글자(字句)를 배열하는 것만으로 좋은 문장을 기대할 수 없다

작가(作家)의 작문법(作文法)을 엿보고자 하면 반드시 이와 같은 근기(根基, 기초基礎, 준칙)를 세워야 한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자구(字句)를 배열하는 것만으로 좋은 문장이 되기를 바라니, 어찌 될 수 있겠는가? 6월 26일에 유(愈 한유)는 이생(李生) 족하(足下)께 고하오. 그대가 보낸 편지는 문사(文辭)가 매우 뛰어난데도 묻는 태도가 어쩌면 이리도 겸손하고 공손하단 말이오. 능히 이와 같이 한다면 누군들 그대에게 자신의 도(道)를 일러주려 하지 않겠소. 도덕의 수양이 머지않아 성취(成就)될 것인데, 하물며 도덕을 밖으로 표현하는 문장(其外之文)*이야 더 말할 게 있겠소. 그러나 나는 이른바 공자(孔子)의 문장(門牆, 문과 담벼락)만을 바라보고 그 집안에는 들어가지 못한 사람이니, 어찌 옳고 그름..

원훼(原毁):비방과 훼방의 근원

옛날의 군자들은 자신을 책함은 두루 엄격하고 치밀하며(其責己也重以周기책기야중이주), 남을 대함은 가볍고 간략하였다.(其待人也輕以約 기대인야경이약), 엄격하고 철저하기 때문에 태만하지 않고, 가볍고 간략한 것은 선(善)을 도모하기를 좋아하는 까닭이다. 듣건대, 옛사람 중에 순(舜)임금이라는 분이 계신다. 그 사람됨이 어질고 의로운 분(仁義人)이라고 한다. 그래서 옛 군자들은 순임금이 순(舜)임금이 되신 이유를 살펴서 스스로 자기를 책망하고 권면하여 이르기를, "저도 사람이요, 나도 사람인데, 순임금이 이를 능히 잘 하셨다면, 어찌 나도 이를 능히 하지 못하겠는가?" 생각하였다. 그러고는 이른 아침부터 밤늦도록 마음에 뜻을 두고, 순(舜)임금과 같지 않은 것을 버리고 마침내 순(舜)임금과 같은 데로 나아갔다..

모영전(毛穎傳)

모영(毛穎)은 중산 사람이었다. 그의 조상은 명시(明眎)라는 이름의 토끼였다. 명시는 우임금을 도아 동쪽 땅을 다스리고 만물을 양육하는데 공을 세워 동쪽 묘(卯)땅의 제후로 봉해졌다. 죽어서는 십이지신의 하나가 되었다. 일찍이 그가 말하기를, “내 자손들은 신명의 후예이어서 다른 동물과 같아서는 안 될 것이니, 마땅히 자식을 입으로 토하여 낳을 것이다.” 하였다. 그 뒤로 과연 그렇게 되었다. 명시의 팔대 손자가 누(㝹, 토끼새끼 누)이다. 누로 말하자면, 세상에 전해지는 말로는 은나라 때에 중산에 살았다. 일찌기 신선술을 터득하여 능히 빛을 가려 몸을 감출 줄 알고 사물을 부릴 줄 알았다. 누는 항아(중국신화에 달을 관장하는 여신, 달의 정령)를 훔쳐서 두꺼비를 타고 달로 들어가버렸다. 그래서 그의 후..

답유정부서(答劉正夫書):뛰어난 문장이란

유(愈)는 진사(進士) 부군(劉君) 족하(足下)에게 아룁니다. 주신 편지를 받아보니 나의 부족한 곳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이미 두터운 은혜를 입었고 또 부끄럽게도 나의 부족한 점이 진실로 지적하신 것과 같으니, 매우 다행입니다. 주현(州縣, 지방)의 천거를 받아 진사과(進士科)에 응시(應試)한 자는 어느 선진(先進)의 집엔들 찾아가지 않겠습니까? 선배의 문하에 후배가 찾아오면 선배가 어찌 그 성의에 보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찾아오면 접대하는 것은 온 성안의 사대부가 모두 그렇게 하지 않는 이가 없는데 나만이 불행하게도 후배를 접대한다는 명성이 났으니, 명성이 있는 곳은 비방이 돌아오는 곳입니다. 찾아와서 묻는 자가 있으면 감히 성실히 대답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어떤 자가 와서 “문장을 지을 때 누..

답풍숙서(答馮宿書)나의 허물을 일러주는 사람은 나의 스승

편지를 보내어 나의 과오를 일러주셨으니, 나에 대한 우정(友情)이 지극한 그대가 아니라면 내가 어디에서 이런 말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벗 사이의 도리가 끊어진 지 오래여서, 서로 바른말로 충고(忠告)하거나 도덕과 학문을 서로 권면(勸勉)하는 일이 없는데, 나는 무슨 행운으로 그대 같은 벗을 만난 것입니까? 나는 세속 사람들이 귀가 있으면서도 자기의 허물을 듣지 못하는 것을 항상 딱하게 여기면서 나도 자신의 허물을 듣지 못할까 두려워하였는데, 오늘 이후로는 그대에게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족하(足下)는 나와 사귄 지 오래이니, 내가 지키는 바는 족하도 잘 아실 것입니다. 내가 경사(京師, 수도)에 있을 때에 시끄럽게 떠드는 무리들의 비방이 지금보다 백 배나 더하였는데, 그때 족하께서 나와 거..

의란조(猗蘭操)

蘭之猗猗 揚揚其香 난 향기 그윽한데 아름답기 또한 그지없어라不採而佩 於蘭何傷 꺽어 품에 차는 이 없어도 서러워하지 말아라今天之旋 其曷為然 소용돌이치는 오늘의 세상, 어찌하다 이리되었는가 我行四方 以日以年 내가 세상을 떠도니 하루 한해 세월도 함께 떠돌았구나雪霜貿貿 薺麥之茂 눈서리 사방에 날리는데 냉이와 보리는 왕성하게 올라오네子如不傷 我不爾覯 공자께서 상처받지 않았다면 내 어찌 그대를 만났으리오 薺麥之茂 薺麥之有 냉해에 냉이와 보리가 왕성해짐은 그들이 가진 속성일지니君子之傷 君子之守 군자가 마음의 상처를 입음은 그가 지키고자 하는 것 때문이리 -한유(韓愈 768 ~824), ' 의란조(猗蘭操)'- [옮긴이 주] 의란조(猗蘭操)에 관한 기록은 漢나라 사학자요 문장가인 채옹(蔡邕 133~192)의 글 에서 ..

답위지생서(答尉遲生書): 문장(文章)이란 반드시 내면에 쌓인 것이 있어야 한다

유(愈, 한유)는 위지생(尉遲生) 족하(足下)께 아룁니다. 이른바 문장(文章)이란 반드시 내면에 쌓인 것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도덕의 수양과 학문의 연마에 성심(誠心, 성실하고 참된 마음, 진정성)을 다하니, 이는 도덕의 수양과 학문의 연마를 잘하고 못한 것이 문장에 그대로 드러나 가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뿌리가 깊으면 가지가 무성하고, 형체가 크면 소리가 우렁차며, 행동이 고결하면 말이 준엄하고, 마음이 순후(醇厚, 순박하고 맑음)하면 기운이 화평하며, 사리에 밝은 사람의 문장은 의심스러운 곳이 없고, 마음이 한가롭고 편안한 사람의 문장은 여유가 있습니다. 지체(肢體, 팔다리와 몸)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완전한(온전한) 사람이 될 수 없고, 문사(文辭, 생각이나 뜻을 문장으로 풀어 표현하는..

붕당론(朋黨論): 소인배의 붕당은 거짓이다

신(臣)은 듣기에, 붕당(朋黨)이라는 말이 예부터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한 것은 오직 임금이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을 분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릇 큰 군자는 군자와 더불어 도(道)를 함께 함으로서 붕(朋, 뜻을 함께하는 벗의 무리)을 만들고, 소인은 소인과 더불어 이익(利益)를 함께함으로써 붕(朋)을 만듭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그러나 신은 생각건대 소인은 붕이 없고, 오직 군자라야 그것이 있다고 여깁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까닭은 이렇습니다. 소인은 좋아하는 것이 이익과 녹봉(보수)이고, 탐내는 것은 재물과 화폐입니다. 그 이로움이 같을 때를 당해서 잠시 서로 끌어들여 당(黨,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무리)을 만들어 그것을 붕(朋)이라고 하는 것은 거짓입니다. 그 이로움을 보고..

시궁이후공(詩窮而後工): 사람이 곤궁하게 된 후라야 시가 공교로워진다

내가 세상 사람들이 “시인은 영달하는 사람이 적고, 곤궁한 사람이 많다.”고 하는 말을 들었는데, 무릇 어찌 그러하겠는가? 이는 세상에 전해지는 시는 대체로 옛날의 곤궁했던 사람에게서 나왔기 때문이다. 선비가 재능을 간직하고도 세상에 그 뜻과 재능을 펼 수 없게 되면, 대부분 스스로 산이나 물가로 나가, 벌레` 물고기` 초목` 바람` 구름` 새` 짐승` 등을 보고 종종 기이한 것을 찾아낸다. 또 마음 속에 슬픈 마음과 분개한 감정이 쌓이면 곧 원망하고 그것을 풍자하여, 쫓겨난 신하나 과부의 한탄 등을 통해 인정상 쉽게 말하기 어려운 것을 써내게 된다. 대개 곤궁하면 곤궁할수록 더욱 공교한 시가 된다. 그러니 시가 사람을 곤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곤궁하게 된 후라야 시가 공교로워진다. 내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