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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오직 선한 것을 보배로 삼는다

(상략) 내가 생각하건대, 정금(精金, 순금)ㆍ양옥(良玉, 티없이 완벽한 옥)은 천하에 지극한 보배이나 모두 몸 밖의 물건으로서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으니, 없다고 해서 손해될 것 없으나 있으면 해를 가져 오기에 적합하니, 이 어찌 귀중한 것이 되겠는가. 옛 성인들은 임금의 자리를 큰 보배로 삼아 인(仁)으로써 지켰으니, 복희(伏羲)ㆍ신농(神農)ㆍ요(堯)ㆍ순(舜)ㆍ우(禹)ㆍ탕(湯)ㆍ문왕(文王)ㆍ무왕(武王)이 다 그 법이 같았고, 우리 부자(夫子 공자) 같은 이는 그런 덕은 있으나 그 자리를 얻지 못하였고, 보배를 품었으나 시행하지 못하게 되매, 글로 써서 백왕(百王)에게 모범을 보이되 “보배로 여기는 것은 오직 어진(賢)이다.(所寶惟賢)” 하였고, 증자(曾子)는 도를 전하여《대학장구(大學章句)》에..

[고전산문] 참으로 덕(德)이 있어 훌륭한 말을 한다

보내주신 문무순성악사(文武順聖樂辭)와 천보악시(天保樂詩)와 독채염호가사시(讀蔡琰胡笳辭詩)와 이족종(移族從)및 여경주서(與京兆書)를 받았습니다. 막부(幕府)에서 등주(鄧州) 북경(北境)까지의 거리가 모두 500여 리이고, 경자일(庚子日)에 출발하여 갑진일(甲辰日)에 도착하기까지 모두 5일이 걸렸는데, 5일 동안 손으로 피봉을 뜯어 눈으로 보며 입으로 그 시문(詩文)을 읊조리고 마음으로 그 뜻을 생각하노라니, 황공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여 마치 무엇을 잊은 것처럼 황홀하여, 말을 타는 괴로움도 길이 먼 것도 몰랐습니다. 저 골짜기 물은 깊이가 한 자에 지나지 않고, 작은 토산(土山)은 높이가 한 길도 되지 않으니, 사람들은 가벼이 여겨 함부로 대합니다. 그러다가 태산(泰山)의 높은 절벽에 오르고 대해(大海)..

[고전산문] 버리고 없애야 할 것

겨를 눈에다 뿌리면 하늘과 땅의 위치가 바뀌며 한 손가락으로 눈을 가리면 태산도 보이지 않는다. 겨가 하늘과 땅의 위치를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며 손가락이 태산을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눈이 가림을 받으면 하늘과 땅처럼 큰 것도 그것에게 어두워지고 태산처럼 높은 것도 그것에게 가리워지고 마는데 무엇 때문인가? 하늘ㆍ땅ㆍ태산은 먼 데 있고 겨와 손가락은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임금의 옆에도 겨와 손가락이 있는데 안으로는 측근자, 총애를 받는 자와 밖으로는 중요한 인물, 권력을 쥔 자가 이것이다. 저 측근자, 총애를 받는 자, 중요한 인물, 권력을 쥔 자들이 그의 임금을 고혹하려면 반드시 먼저 헤아리고 칭찬하고 견지하여 그의 임금이 즐기는 것, 하고 싶어하는 것, 사랑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고전산문] 졸(拙)이란 것은 남이 버리는 것을 내가 취하는 것

(상략) 졸(拙, 옹졸할 졸)은 교(巧, 공교할 교, 교묘함)의 반대이다. ‘임기응변을 교묘하게 하는 자는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부끄러움이 없는 것은 사람의 큰 병통이다.’ 하였으니, 남들이 이욕을 탐내어 나아가기를 구하면 나는 부끄러운 것을 알아서 의리를 지키니 졸(拙)한 것이요, 남을 교묘하게 속이기를 즐기는 데 나는 부끄러움을 알아서 그 참된 것을 지키니 이 또한 졸한 것이다. 졸이란 것은 남이 버리는 것을 내가 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아가는 자가 반드시 얻는 것이 아니고 교묘한 자가 반드시 이루는 것이 아니다. 교묘한 자는 정신이 날로 피로하여 한갓 스스로 병이 될 뿐이다. 어찌 나의 참된 것을 버리고 교묘와 허위에 의탁하여 이익을 구할 것인가. 만약 의리에 나아가고 참됨을 지키는 자라면 스스..

[고전산문] 좋은 약은 입에 쓰다

좋은 약은 입에는 쓰지만, 병에는 이롭다. 충고하는 말은 귀에는 거슬리지만, 행실을 바로잡는데에는 이롭다(良藥苦於口而利於病 忠言逆於耳而利於行). 은(殷)나라 탕왕(湯王)은 곧은 말을 하는 충신이 있었기에 나라가 번창했다. 하(夏)나라의 걸왕(桀王)과 은(殷)나라의 주왕(紂王)은 무조건 따르며 아첨하는 신하들이 있었기에 멸망했다. 임금에게 말리고 충고하는 신하가 없고, 아버지에게 다투어 만류하는 아들이 없고, 형에게 다투어 말리는 동생이 없고, 선비에게 다투어 말리는 친구가 없다면, 잘못된 것을 예사로 저지를 것이다. 그러므로 임금이 잘못을 저지르면 신하가 그것을 바로잡도록 바른 말(諫)을 해주어야 하고, 아비가 잘못을 저지르면 아들이 간(諫)해야 한다. 형이 잘못을 저지르면 동생이 간(諫)해야 하고, 자..

[고전산문] 나의 스승, 나의 벗

선량한 행위를 보면 반드시 그것으로 엄정하게 자기를 반성한다. 선량하지 않은 행위를 보면 반드시 그것으로 두려운 마음으로 자기를 반성한다. 선량한 품행이 자기에게 있을 경우 정갈하게 여겨 반드시 그것을 스스로 좋아한다. 선량하지 않은 품행이 자기에게 있을 경우 더럽다고 여겨 반드시 그것을 스스로 혐오해야 한다. 그러므로 나를 지적하는데 그 지적이 합당한 사람은 나의 스승이다. 나에게 찬성하는데 그 찬성이 합당한 사람은 나의 벗이다. 나에게 아부하는 사람은 나의 적(敵)이다. 이 때문에 군자는 스승을 존중하고 벗을 가까이하면서 그 적을 철저히 증오한다. 선량한 품행을 좋아하여 싫증을 내지 않고 충고를 받아들여 경계심을 갖는다. 이렇게 하면 비록 진보하지 않으려 한들 그게 되겠는가? 소인은 이와 반대이다. ..

[고전산문]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서라도 배워야 한다

학문의 길은 다른 길이 없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길가는 사람이라도 붙들고 물어야 한다. 심지어 동복(僮僕, 나이어린 하인)이라 하더라도 나보다 글자 하나라도 더 많이 안다면 우선 그에게 배워야 한다. 자기가 남만 같지 못하다고 부끄러이 여겨 자기보다 나은 사람에게 묻지 않는다면, 종신토록 고루하고 어쩔 방법이 없는 지경에 스스로 갇혀 지내게 된다. 순(舜) 임금은 농사짓고 질그릇을 굽고 고기를 잡는 일로부터 제(帝)가 되기까지 남들로부터 배우지 않은 것이 없었다. 공자(孔子)가 말하기를, “나는 젊었을 적에 미천했기 때문에 막일에 능한 것이 많았다.” 하였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막일 또한 농사짓고 질그릇을 굽고 고기를 잡는 일 따위였을 것이다. 아무리 순 임금과 공자같이 성스럽고 재능 있는 분조차도, ..

[고전산문] 있고 없음의 유무

이 세상에는 있지만 없는 것이 있다. 없지만 있는 것도 있다. 있음에도 가지지 못해서 없는 것은, 있지만 없는 것이다. 없음에도 가질 수 있어서 본래부터 있는 것은, 없지만 있는 것이다. 진실로 그 있는 것에서부터 미루어 헤아려 있는 것을 없이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에 있고 없음의 유무는 모두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세상 모든 것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많이 가진 것은 오직 옛사람들의 책뿐인 사람이 있다. 어려운 시절을 만나 후미지고 외진 곳에 살게 되니, 예전에는 있던 것들이 지금은 많지 않다. 선비 중에 책이 없는 사람은 갖고 싶지만 얻지 못한다. 있지만 그가 사는 지역에는 없는 까닭이다. 있지만 없는 이것은 마치 세상의 것에 어두운 것과 같다. 이 어찌 애석하지 않은가...

[고전산문] 죽어있는 말(語)

유교와 불교가 어찌 처음부터 다른 도였겠는가. 요(堯)임금은 ‘넉넉하고 부드럽게 하여 스스로 깨닫게 한다’고 하였다. 맹자는 ‘사람의 본성(本性)으로 돌이켜 그것을 구하면 능히 스승으로 삼을만한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오늘날의 배우는 자들은 마음에서 구하지 않고 문장(章句)의 부분만을 취하여 도리(道)를 추구하려고 하니, 어찌 대도(大道)와의 거리가 이미 까마득하지 않겠는가? 중용(中庸) 책 한 권을 읽고 중용을 지키는 성인(聖人)의 경지를 이룬다면, 어떤 사람인들 자사(子思)가 되지 못할 것이며, 대학(大學) 책 한 편을 읽고 치국평천하(治國 平天下)의 도를 얻는다면 어떤 사람인들 증삼(曾參)이 되지 못하겠는가? 성인(聖人)의 말은 간략하고, 현인( 賢人)의 말은 상세하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상세..

[고전산문] 재능과 덕의 구분(才德論)

사마광(司馬光)이 말하기를, "지백(智伯)이 망한 것은 재능(才)이 덕(德)을 앞섰기 때문입니다. 재능과 덕은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이 잘 분별하지 않고서 재능과 덕을 아울러 ‘현(賢, 현명하고 똑똑함)’이라고 통칭합니다. 사람을 잃는 이유는 바로 이때문입니다. 무릇 잘 듣고 잘 살피며 강하고 굳센 것은 재능이라 합니다. 바르고 곧은 것에서 치우침이 없이 조화를 이루며 화합하는 것(中和)을 덕(德)이라고 합니다. 재능은 덕의 바탕입니다. 덕은 재능을 이끄는 장수(將帥)의 역할을 합니다. 운몽(雲夢)의 대나무는 천하에 강한 것이지만, 구부리고 펴고 다듬어 거기에 깃털과 화살촉을 달지 않으면 단단한 것을 뚫고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당계(棠溪)의 무쇠는 천하에 날카로운 것이지만, 거푸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