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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익한 일을 하여 유익함을 해치는 행위를 경계한다

《서경(書經)》에 이런 말이 있다. “무익한 일을 하여 유익함을 해치지 말라.〔不作無益害有益〕” 무익한 일을 하면 무익할 뿐만 아니라 그 폐단이 반드시 해로운 데에 이르므로 성현이 주의를 준 것이다. 그러나 이는 유리함과 불리함을 가지고 한 말이 아니다. 요즘 사람들은 유리함과 불리함을 명확히 구분하여 한 마디 말, 한 가지 행동이라도 자기한테 유리하면 하고 불리하면 하지 않는다. 또 다른 사람이 남에게 충성하는 것을 보면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비아냥거리고 자기 자신을 위한 꾀가 약빠르지 않으면 허술한 사람이라고 비웃는다. 사람들이 이러한 태도를 서로 본받고 거울삼아서 이제는 풍속이 되어 버렸으니, 하찮은 것까지 세세히 따지며 이익을 꾀하는 세태가 요즘보다 더한 적이 없다. 요즘 사람들이 ‘무익한 일을 ..

지헤로운 여인의 뛰어난 식견과 고결한 안목

당나라 *적인걸(狄仁傑)이 이모(姨母) 노씨(盧氏)를 방문하니, 그 표제(表弟 이종제, 이종사촌동생)가 활과 화살을 끼고 꿩과 토끼를 들고 돌아오고 있었다. 적인걸이 “내가 재상이 되었으니, 아우를 관직에 보임시키려고 하오.”라고 하자, 노씨가 “늙은 몸에 자식 하나만 있으니, 빈천을 달게 여길지언정 여주(女主, 당나라 측천무후를 가르킴)를 섬기고 싶지 않네.”라고 대답하여 적인걸이 크게 부끄러워하였다. 위(魏)나라 *부승조(苻承祖)가 권세를 잡자 친인척들이 달라붙었는데, 종모(從母, 어머니 쪽 여자 형제, 즉 이모) 양씨(楊氏)가 부승조의 어미에게 말하기를 “언니가 비록 한 때의 영광을 얻었지만 제가 근심 없는 즐거움을 누림만 못합니다.”라고 하면서 옷을 주어도 받지 않고 간혹 받으면 묻어 버렸으며, ..

세상의 언론이 공정하지 못하면

세상에 공정한 언론이 없어서 비난과 명성, 거짓과 진실이 모두 뒤집히고 어그러졌다. 이른바 시시비비(是是非非. 여러 가지의 잘잘못.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공정하게 판단하는 것)란 것이 자신의 애증(愛憎 사랑과 미움)을 따른 것이 아니라면 바로 권세의 유무를 따를 뿐이다. 여기 어떤 일이 있다고 치자. 그 옳고 그름이란 흑백(黑白)처럼 분변하기 쉬울 뿐만이 아닌데도, 시비를 판정하는 자들은 매양 옳은 것을 그르다 하고 그른 것은 옳다고 한다. 마음속으로는 진실을 알면서도 명백히 판별하려 하지 않는 자도 있고, 내 편 네 편에 따라 후박(厚薄 너그럽거나 까다롭고 쌀쌀함)을 달리하여 고의적으로 돕거나 돕지 않는 자도 있으며, 마음속에 주관이 없이 남의 말만 믿는 자도 있고, 선입견을 고수하여 자..

사람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일에 대하여

(상략)사람을 관찰하고 평하는 일은☞ 중도(中道)에 맞게 하기가 매우 어려우니, 사람들이 좋게 평하더라도 반드시 직접 관찰하고 사람들이 나쁘게 평하더라도 반드시 직접 관찰하기가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사심(私心)에 따라 호평과 악평을 일삼는 세상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간혹 스스로는 공평한 지론을 편다고 자부하는 사람들도 남이 보기에는 적절치 않은 경우가 많으니, 대체(大體)만 거론하고 사소한 점을 간과하는 경우는 그래도 괜찮지만, 자잘한 흠을 비난하면서 전체적으로 훌륭한 점을 무시하는 것은 너무나 잘못된 일일세. 이 때문에 옛 성현들은 사람을 평할 적에 대체를 보는 데서 그치지 않았으니, 비록 전체적으로 칭찬할 만한 점이 없다 하더라도 사소한 장점이 하나라도 있으면 드러내어 칭찬해 주었네. 예컨대,..

사람이 금수(짐승)만도 못하게 된 것은

순경(荀卿 순자)은 말하기를, “물이나 불은 기(氣)는 있으나 생명이 없고, 초목은 생명은 있으나 지각이 없으며, 금수는 지각은 있으나 의리가 없다. 사람은 기도 있고 생명도 있으며 지각도 있고 의리도 있으니, 천하에서 가장 귀한 존재이다.” 라고 하였다. 이 때문에 《예기(禮記)》에서, “하늘이 낸 것과 땅이 기른 것 중에 사람이 가장 위대하다.” “사람은 천지의 공덕이며 오행의 빼어난 기운이다.” 라고 한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진실로 금수의 부류가 아니다. 그러나 어리석고 불초(不肖)한 사람 중에는 오히려 금수만 못한 사람이 있다. 그 어버이에게 효도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란 뒤에 어미에게 먹을 것을 물어다 주는 까마귀만 못한 점이 있다. 임금에게 충성하지 못하는 사람은 여왕벌을 에워싸고 나는 벌 ..

나보다 더한 사람도 버티고 살아가는데

빈천할 때는 반드시 나보다 심한 사람을 생각하여 그보다는 나음을 다행으로 여겨야지, 나보다 나은 사람을 부러워하여 그보다 못함을 부끄럽게 여겨서는 안 된다.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반드시 분수에 넘친 생각을 하게 되고, 분수에 넘친 생각을 하면 반드시 못하는 짓이 없게 된다. 대광주리에다 거친 밥 먹고 표주박으로 맹물을 떠 마시며 쌀알이 없는 멀건 나물국으로 끼니를 때우게 되면 사람들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다. 그러나 그보다 심한 경우는 아궁이에 연기가 나지 않고 이틀에 한 번꼴로 밥을 먹기도 하며, 더 심한 경우는 굶주림에 지쳐 팔을 힘없이 늘어뜨리고 눈동자에 정기가 없이 헤매다가 밥을 세 번 삼킨 뒤에야 사물을 볼 수 있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굶어 죽기 전에는 반드시 나보다 더 ..

마음을 다스리고 몸을 지키는 세가지 방법

함부로 생각하지 말고, 함부로 말하지 말고,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 이 세 가지는 마음을 다스리고 몸을 지키는 중요한 방법이 되기에 충분하다. ‘참을 인〔忍〕’ 한 글자는 온갖 오묘함이 나오는 문(門)이다. 그러나 백 번 참더라도 한 번 참지 못하면 참은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나를 비방하든 칭찬하든, 좋아하든 미워하든 저들 하는 대로 내버려 두고, 곤궁하든 영달(榮達)하든, 뜻대로 되든 되지 않든 처지에 순응한다면 누가 감히 나를 업신여기겠는가? 설령 내가 알더라도 사람들더러 모른다고 하면 사람들은 알지도 못하면서 나더러 모른다고 할 것이다. 그런 경우에 내가 아는 것을 가지고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싸워 그들이 나를 따르기를 바란다면 이 또한 무지한 짓이다. 그런데 더구나 내가 알지도 못하는 경우는 어..

항심(恒心): 한결같음에 대하여

“사람이 항심(恒心)이 없으면 무당이나 의원도 될 수 없다.” 이 말은 중국 남방(南方) 사람의 말이다. 공자가 이 말을 읊조리고 나서 “좋구나!” 하였으니, 항심(恒心)은 이처럼 사람에게 하루도 없어서는 안 되는 마음이다. 이 ‘恒(항)’ 자를 옛날에는 ‘恆’으로 썼으니, 한 척의 배가 머리와 꼬리를 모두 기슭에 기대고 있는 모습을 형상한 글자이다. 이는 어떤 사물이 철두철미함을 뜻하니, 어찌 쉽게 말할 수 있겠는가? 비록 그렇기는 하나 ‘한결같음’에는 한결같음을 늘 유지하는 한결같음과 변화를 늘 유지하는 한결같음이 있다. 한결같음을 늘 유지하는 한결같음은 알기 쉽다. 그러나 변화를 늘 유지하는 한결같음은 행하기 어렵다. 항심(恒心)을 가진 사람은 한결같은 일을 만났을 때, 한결같아야 하는 일은 늘 한..

겉과 속이 다른 것에 대하여

몸가짐과 일처리는 세인(世人)들의 말만 보면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알 수 있다. 사람들 중에 우졸(愚拙)함을 지키는 이가 드문데, 모두들 제 스스로는 ☞우직(愚直)하다고 여기면서 혹 교묘하다는 지목을 받을까 두려워한다. (옮긴이 주: 원문은 人鮮能守拙。而皆自以爲拙。惟恐或歸於巧, 의역하면, "사람들 중에 꾸밈이 없는 수수한 소박함을 오롯이 지키는 이가 드물다. 모두들 제 스스로는 꾸밈없고 단순 소박하다고 여기면서도, 행여 남들로부터 알쏭달쏭한 사람, 약삭빠른 교활한 사람이라 평가받을까 두려워 한다.") 참으로 검소한 이가 드문데, 모두들 제 스스로는 검소하다고 여기면서 혹 사치스럽다는 지목을 받을까 두려워한다. 참으로 청렴한 이가 드문데, 모두들 제 스스로는 청렴하다고 여기면서 혹 탐욕스럽다는..

마땅히 두려워하고 버려야 할 것

덕(德)은 모든 사람에게 요구할 수 없는 것이니, 덕이 없다 하여 버려서는 안 될 것이요, 단지 소박하고 근후하기만 하면 괜찮을 것이다. 재주는 모든 사람에게 요구할 수 없는 것이니, 재주가 없다 하여 버려서는 안 될 것이요, 단지 부지런하고 노력하기만 하면 괜찮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여기에 있다 하자. 그의 글로 말하면 ‘어(魚)’와 ‘노(魯)’를 구분하지 못하는 데에까지는 이르지 않아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글을 남의 손을 빌리지는 않고, 그의 지혜로 말하면 콩과 보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데에까지는 이르지 않아서 모든 하는 일이 남의 비웃음을 사지는 않으며, 집안을 다스리는 것은 그런대로 어버이를 섬기고 처자식을 부양하며, 남을 대해서는 겨우나마 응대하는 데 잘못하지 않을 수 있다면, 이 사람이 이른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