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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배가 무리를 이루면 도깨비외에는 모두 죽일수 있다

소인(小人)은 벗(마음을 같이하고 의리와 믿음으로 함께하는 가까운 친구)은 없지만 당(黨, 자기 필요에 따라 이해관계로 모인 무리)은 있으며, 군자는 벗은 있지만 당(黨)은 없다. 그런데 소인은 당(黨)이 많을수록 더욱 세력을 확장하고, 군자는 항상 소인의 당(黨)에 화를 당하는 것은 왜인가? 위에 있는 사람은 늘 받들어 주는 것을 좋아하고, 소인이 거기에 영합해서 아첨하며 기쁘게 해 주기 때문에 군주는 자기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자기를 사랑하는 자가 많으니까 더욱 기뻐하면서 소인의 당(黨)이 하늘에 이를 정도로 악행이 커지는 것을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군자는 늘 귀에 거슬리게 비판하는 말을 아뢰기 때문에 군주가 처음에는 꺼리고, 오래 꺼리다 보면 자기를 비방한다고 생각하고 자기를 업신여긴다고 생각한..

의미를 취하되 문장을 흉내내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요즘은 산골이나 바닷가 촌구석이라도 모두 한양 옷을 입고 한양 말을 쓸 수 있으니, 비루하고 속된 풍속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뻐할 만한 일이다.”라고 한다. 나는 기뻐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존재는 바탕이 있은 뒤에 문채를 내고 멀리까지 지속될 수 있다. 요즘 풍속에 유행하는 한양 말과 한양 옷은 백성들의 마음이 불안하여 모두 겉으로 번다하게 꾸미기에 바빠 그 바탕이 전부 손상된 결과이니, 온 세상 애나 어른이나 충후(忠厚)하고 신실(信實)한 사람이 없다. 가죽이 없으면 털이 어디에 붙을 수 있겠는가? 절대 붙일 수가 없다. 그러므로 퇴옹(退翁 이황(李滉))이 영남의 발음을 고치지 않은 것은 참으로 옛 의미가 있다. 《주역》에 “위는 하늘이고 아래는 연못인 것이 이..

칠정(七情): 인간의 감정에 대하여

칠정(七情, 기쁨(喜), 노여움(怒), 슬픔(哀), 두려움(懼), 사랑(愛), 미움(惡), 욕망(欲))은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는 것으로, 가장 훌륭한 성인이나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나 차이가 없다. 기쁨으로 말하면, 부모가 장수하고 안락하면 기뻐할 만하고, 현명한 스승과 보탬이 큰 벗을 얻으면 기뻐할 만하며, 현명한 아내와 자손이 있으면 기뻐할 만하다. 안으로 나의 마음을 반성하여 남에게 말 못할 것이 하나도 없거나 나의 일을 점검하여 의리에 큰 괴리가 없으면 기뻐할 만하니 이것이 정당한 기쁨이다. 그러나 기쁨이 마음에 더해져서 나만 홀로 차지하려는 뜻이 있게 되면 기뻐하는 것이 비록 정당하더라도 곧 사사로운 마음이 되고, 도리어 기쁨이 넘쳐 부정한 데로 흘러간다. 예를 들어 실제가 없는 명성이나 재주가..

팔창(八娼)ㆍ구유(九儒)ㆍ십개(十丐)

선비가 두루 달통한 학자나 온전한 인재가 되기는 참으로 어렵다. 마음에 악이 없고 불선(不善)한 행동을 부끄럽게 여기고 재주가 한 방면에 적용할 만한 뛰어난 장점이 있으면, 모두가 성인에게 버려지지 않을 것이다. 공자 문하의 여러 제자 중에서 안연(顔淵)과 증삼(曾參) 외에 완전히 갖춘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육예(六藝,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에 능통했던 72명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지만 3000명이나 되는 제자 중에서 어찌 화락하며 조용히 선을 좋아하고 글을 읽는 사람이 없었겠는가? 그들이 머리에 쓰고 몸에 입은 모자와 옷도 선비들이 입는 큰 옷에 큰 띠였을 것이다. 다만 소자가 말했던 ‘총명(聰明)한 남자’란 '쓸모가 있는 남자(男子之有用者)'..

벗에 대하여

붕우(朋友)는 다른 사람과 의(義)로 결합된 관계이기 때문에, 정해진 명분이 있는 군신(君臣) 관계와는 다르다. 그런데 성인이 붕우를 부자(父子)와 함께 동렬에 놓고 오륜(五倫)으로 삼아 하늘의 질서라고 불렀고 다섯 가지 도리라고 이름 붙였다. 이는 세속의 생각으로 보면 매우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벗은 오상(五常 인ㆍ의ㆍ예ㆍ지ㆍ신)의 신(信)에 속하고, 신은 토(土)에 속한다. 오행(五行 목ㆍ화ㆍ토ㆍ금ㆍ수)은 토가 아니면 이루어지지 않고, 오상(五常)은 신(信, 믿음, 신뢰)이 아니면 실질이 없다. 그래서 공자는 “벗을 통해 덕(德)에 도움을 받는다.〔友以輔德〕”라고 했고, 자사(子思)는 “어버이에게 순순한 데에는 방법이 있으니, 반드시 벗에게 믿음을 얻어야 한다.”라고 했으며, 증자(曾子)는 문..

편벽됨을 치유하는 방법은 서(恕)뿐이다

이른바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일은 그 몸을 닦는 데 달렸다.’라는 말은, 사람들이 친애하는 대상에게 편벽되며, 천하게 여기고 싫어하는 대상에게 편벽되며, 경외하는 대상에게 편벽되며, 불쌍히 여기는 대상에게 편벽되며, 오만하고 태만히 여기는 대상에게 편벽된다. 그러므로 좋아하면서도 그 나쁜 점을 알며, 싫어하면서도 그 아름다운 점을 아는 자는 천하에 드물다.(故好而知其惡 惡而知其美者 天下鮮矣 좋아하면서 그것의 악함을 알고, 싫어하면서 그것의 선함을 아는 자는 세상에 드물다.) ○그러므로 속담에 “사람들은 자기 자식의 나쁜 점은 알지 못하며, 자기 농토의 싹이 큰 줄을 알지 못한다.”라고 했다. ○이를 두고 “몸을 닦지 않으면 자기 집안을 가지런히 하지 못한다.”라고 한다.(대학8장, 원문생략) 자기 ..

마음을 비운다는 것에 대하여

이른바 ‘몸을 닦음이 그 마음을 바르게 하는 데 달려 있다.’는 말은, 마음에 성내는 바가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바가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하며, 좋아하는 바가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하고, 근심하는 바가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한다. ○마음이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으며,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 ( 대학 7장 원문 일부생략)의(意 뜻, 생각)는 안에서 발동하니, 선과 불선의 기미가 있을 뿐이다. 마음의 네 가지 병*은 일에서 형성되어 밖으로 드러난다. 순 임금ㆍ문왕ㆍ공자ㆍ맹자 같은 분들은 의가 성실하지 않음이 없으니, 화낼 만하여 화냈고, 두려워할 만하여 두려워했으며, 좋아할 만한 것을 좋아했고, 근심할..

두려워하는게 없는 자는 못하는 짓이 없다

상등(上等)인 사람은 자기 마음을 두려워하고, 그다음에는 하늘을 두려워하고 그다음엔 남을 두려워한다. 최하인 자는 두려워하는 게 없다. 마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차마 그릇된 일을 하지 못하고, 하늘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감히 그릇된 일을 하지 못하며, 남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그릇된 일을 할 수 없다. 두려워하는 게 없는 자는 못하는 짓이 없다. 못하는 짓이 없던 사람 중에 큰 자로는 왕망(王莽)과 양광(楊廣)*이 있고, 작은 자로는 조고(趙高)와 이임보(李林甫)*가 있다. 더 작은 자는 남의 집 담장을 뚫거나 넘어가 도둑질하는 자이고, 더 작은 자는 음식을 탐내는 사람이다. 부끄러움(恥)은 사람에게 중대하다. 군자는 성인과 같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고, 성인은 하늘과 같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한다. 보통 사..

보고 아는 것은 본디 나에게 달려 있을 뿐이다

청풍명월(淸風明月)은 사람들이 입만 열면 좋다고 하는데, 과연 모두 풍월을 진실로 아는 것일까. 황 태사(黃太史 황정견(黃庭堅))*는 주무숙(周茂叔 주돈이(周敦頤) 주희)에 대해 광풍제월(光風霽月)이라고 표현했는데,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곧장 풍월(風月)이라고 말하지 않고 굳이 양류오동(楊柳梧桐 버드나무와 오동나무)*이라 했으니, 분명 진실로 알고 마음에 터득한 것이 있었으리라. 버드나무와 오동나무는 나무 중에서 덕(德)의 모습이 있는 나무이다. 버드나무가 아니면 바람이 광풍(光風)이 될 수 없고, 오동나무가 아니면 달이 제월(霽月)이 될 수 없다. 광풍제월이 아니면 도(道)가 있는 사람의 가슴속 기상을 표현할 수 없다. 노직(魯直 황정견) 같은 사람이 아니면 광풍제월이라는 말을 통해서 무..

소인배(小人輩)의 모습(陽貨篇 양화편

공자가 말하였다. “얼굴빛은 위엄이 있으면서 마음이 유약한 것을 소인에게 비유하면 벽을 뚫고 담을 넘는 도적과 같을 것이다.”〔子曰 色厲而內荏 譬諸小人 其猶穿窬之盜也與〕 ‘임(荏)’ 자에 대해 유약(柔弱, 부드럽고 연약함)이라고 글자풀이를 하였는데 요사스럽고 교활하다는 뜻이 있다. 글자 모양이 ‘초(艹)’ 자 아래 ‘임(任)’ 자를 붙인 것이다. 초(草)는 유약하다는 뜻이고, 임은 공임(孔任)의 뜻이다. 이는 말과 얼굴빛을 좋게 하며 아첨하고 아양을 떠니 한갓 유(柔)한 일이다. 《주역》에서 음유(陰柔, 겉으로는 유순하지만 속이 검은 것)를 소인으로 설정하였다. 대체로 소인이면서 강단(剛斷)이 없는 자는 매사를 남에게 구하고 스스로 지키지 못한다. 제아무리 사나운 고집으로 스스로 도취해 자랑하더라도 끝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