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부(蜘蛛賦): 거미의 충고
Posted by 優拙堂
이 선생이 저녁 서늘한 틈을 타서 뜰에 나가 거닐다가, 한 마리 거미가 낮은 처마 앞에 거미줄을 날리고, 해바라기 가지에 망을 펼치는 것을 보았다. 거미는 거미줄을 가로로 치고 세로로 치고 수직으로 펴고 수평으로 펴는데, 그 너비는 한 자쯤 되고 그 형식은 컴퍼스에 맞았으며, 성글지 않고 조밀하여 실로 교묘하고도 기이하였다. 이 선생은 그것을 보고, 거미에게 기심(機心남의 것을 탐내는 욕심)이 있다고 여겨, 지팡이를 쳐들어서 그 거미줄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전부 걷어내어 없애고는 내려치려고 하는데, 거미줄 위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듯하였다. “나는 내 줄을 짜서 내 배를 채우려고 하오. 당신에게 무슨 관계가 있다고, 내게 해독을 끼치는 게요?” 이 선생이 노하여 말하였다. “기계를 설치하여 생명을 해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