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사설(師說): 스승에 대하여

옛날의 학자에게는 반드시 스승이 있었으니, 스승이라 하는 것은 도를 전하고 학업과 배움의 방법을 가르쳐 주고 의혹을 풀어주기 위한 방편으로 존재한다. 사람은 나면서부터 아는 것이 아닐진대 누가 능히 배움에 의문과 의심이 없을 수 있으리오. 학업에 있어서 의문을 갖고 의심을 하면서도 스승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 의혹된 것은 끝내 풀리지 않는다.누구든 나보다 먼저 나서 그 도를 들음이 진실로 나보다 앞선다면, 나는 그를 좇아서 나의 스승으로 할 것이요. 나보다 뒤에 났다 하더라도 그 도를 들음이 또한 나보다 앞선다면 이 또한 나는 그를 쫓아 스승으로 삼을 것이다. 나는 도를 스승으로 삼기 때문에 어찌 그 나이를 따져서 나보다 먼저 나고 나중에 난 것에 연연해하리오. 이런 까닭에 스승을 삼음에는 귀한 것도 없고..

송맹동야서(送孟東野序):소리는 평정을 얻지 못하면 나온다

대개 만물은 평정(平靜)을 얻을 수 없으면 소리를 내게 된다.(大凡物不得其平則鳴). 초목에는 소리가 없지만 바람이 흔들어 소리를 내게 된다. 물은 소리가 없지만, 바람이 움직여 소리를 내게 된다. 물이 솟구치며 튀어 오르는 것은 무엇인가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물이 세차게 흐르는 것은 무엇인가 가로막는 것이 있기때문이며, 그것이 끓어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열로 데우기 때문이다. 쇠나 돌같은 소리가 없는 것에도 무엇인가 두드려 소리를 내게 한다. 사람이 말함에 있어서도 그 이치는 같다. 부득이한 일이 있은 뒤에야 말이 나오게 된다(有不得已者而後言). 노래를 하는 것은 무언가를 그리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며, 우는 것은 마음 속에 무언가 감정이 있어서 설움이 복받쳐 나오기 때문이다. 무릇 입에서 나와서 소리가 되..

글자(字句)를 배열하는 것만으로 좋은 문장을 기대할 수 없다

작가(作家)의 작문법(作文法)을 엿보고자 하면 반드시 이와 같은 근기(根基, 기초基礎, 준칙)를 세워야 한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자구(字句)를 배열하는 것만으로 좋은 문장이 되기를 바라니, 어찌 될 수 있겠는가? 6월 26일에 유(愈 한유)는 이생(李生) 족하(足下)께 고하오. 그대가 보낸 편지는 문사(文辭)가 매우 뛰어난데도 묻는 태도가 어쩌면 이리도 겸손하고 공손하단 말이오. 능히 이와 같이 한다면 누군들 그대에게 자신의 도(道)를 일러주려 하지 않겠소. 도덕의 수양이 머지않아 성취(成就)될 것인데, 하물며 도덕을 밖으로 표현하는 문장(其外之文)*이야 더 말할 게 있겠소. 그러나 나는 이른바 공자(孔子)의 문장(門牆, 문과 담벼락)만을 바라보고 그 집안에는 들어가지 못한 사람이니, 어찌 옳고 그름..

원훼(原毁):비방과 훼방의 근원

옛날의 군자들은 자신을 책함은 두루 엄격하고 치밀하며(其責己也重以周기책기야중이주), 남을 대함은 가볍고 간략하였다.(其待人也輕以約 기대인야경이약), 엄격하고 철저하기 때문에 태만하지 않고, 가볍고 간략한 것은 선(善)을 도모하기를 좋아하는 까닭이다. 듣건대, 옛사람 중에 순(舜)임금이라는 분이 계신다. 그 사람됨이 어질고 의로운 분(仁義人)이라고 한다. 그래서 옛 군자들은 순임금이 순(舜)임금이 되신 이유를 살펴서 스스로 자기를 책망하고 권면하여 이르기를, "저도 사람이요, 나도 사람인데, 순임금이 이를 능히 잘 하셨다면, 어찌 나도 이를 능히 하지 못하겠는가?" 생각하였다. 그러고는 이른 아침부터 밤늦도록 마음에 뜻을 두고, 순(舜)임금과 같지 않은 것을 버리고 마침내 순(舜)임금과 같은 데로 나아갔다..

모영전(毛穎傳)

모영(毛穎)은 중산 사람이었다. 그의 조상은 명시(明眎)라는 이름의 토끼였다. 명시는 우임금을 도아 동쪽 땅을 다스리고 만물을 양육하는데 공을 세워 동쪽 묘(卯)땅의 제후로 봉해졌다. 죽어서는 십이지신의 하나가 되었다. 일찍이 그가 말하기를, “내 자손들은 신명의 후예이어서 다른 동물과 같아서는 안 될 것이니, 마땅히 자식을 입으로 토하여 낳을 것이다.” 하였다. 그 뒤로 과연 그렇게 되었다. 명시의 팔대 손자가 누(㝹, 토끼새끼 누)이다. 누로 말하자면, 세상에 전해지는 말로는 은나라 때에 중산에 살았다. 일찌기 신선술을 터득하여 능히 빛을 가려 몸을 감출 줄 알고 사물을 부릴 줄 알았다. 누는 항아(중국신화에 달을 관장하는 여신, 달의 정령)를 훔쳐서 두꺼비를 타고 달로 들어가버렸다. 그래서 그의 후..

답유정부서(答劉正夫書):뛰어난 문장이란

유(愈)는 진사(進士) 부군(劉君) 족하(足下)에게 아룁니다. 주신 편지를 받아보니 나의 부족한 곳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이미 두터운 은혜를 입었고 또 부끄럽게도 나의 부족한 점이 진실로 지적하신 것과 같으니, 매우 다행입니다. 주현(州縣, 지방)의 천거를 받아 진사과(進士科)에 응시(應試)한 자는 어느 선진(先進)의 집엔들 찾아가지 않겠습니까? 선배의 문하에 후배가 찾아오면 선배가 어찌 그 성의에 보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찾아오면 접대하는 것은 온 성안의 사대부가 모두 그렇게 하지 않는 이가 없는데 나만이 불행하게도 후배를 접대한다는 명성이 났으니, 명성이 있는 곳은 비방이 돌아오는 곳입니다. 찾아와서 묻는 자가 있으면 감히 성실히 대답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어떤 자가 와서 “문장을 지을 때 누..

답풍숙서(答馮宿書)나의 허물을 일러주는 사람은 나의 스승

편지를 보내어 나의 과오를 일러주셨으니, 나에 대한 우정(友情)이 지극한 그대가 아니라면 내가 어디에서 이런 말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벗 사이의 도리가 끊어진 지 오래여서, 서로 바른말로 충고(忠告)하거나 도덕과 학문을 서로 권면(勸勉)하는 일이 없는데, 나는 무슨 행운으로 그대 같은 벗을 만난 것입니까? 나는 세속 사람들이 귀가 있으면서도 자기의 허물을 듣지 못하는 것을 항상 딱하게 여기면서 나도 자신의 허물을 듣지 못할까 두려워하였는데, 오늘 이후로는 그대에게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족하(足下)는 나와 사귄 지 오래이니, 내가 지키는 바는 족하도 잘 아실 것입니다. 내가 경사(京師, 수도)에 있을 때에 시끄럽게 떠드는 무리들의 비방이 지금보다 백 배나 더하였는데, 그때 족하께서 나와 거..

의란조(猗蘭操)

蘭之猗猗 揚揚其香 난 향기 그윽한데 아름답기 또한 그지없어라不採而佩 於蘭何傷 꺽어 품에 차는 이 없어도 서러워하지 말아라今天之旋 其曷為然 소용돌이치는 오늘의 세상, 어찌하다 이리되었는가 我行四方 以日以年 내가 세상을 떠도니 하루 한해 세월도 함께 떠돌았구나雪霜貿貿 薺麥之茂 눈서리 사방에 날리는데 냉이와 보리는 왕성하게 올라오네子如不傷 我不爾覯 공자께서 상처받지 않았다면 내 어찌 그대를 만났으리오 薺麥之茂 薺麥之有 냉해에 냉이와 보리가 왕성해짐은 그들이 가진 속성일지니君子之傷 君子之守 군자가 마음의 상처를 입음은 그가 지키고자 하는 것 때문이리 -한유(韓愈 768 ~824), ' 의란조(猗蘭操)'- [옮긴이 주] 의란조(猗蘭操)에 관한 기록은 漢나라 사학자요 문장가인 채옹(蔡邕 133~192)의 글 에서 ..

답위지생서(答尉遲生書): 문장(文章)이란 반드시 내면에 쌓인 것이 있어야 한다

유(愈, 한유)는 위지생(尉遲生) 족하(足下)께 아룁니다. 이른바 문장(文章)이란 반드시 내면에 쌓인 것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도덕의 수양과 학문의 연마에 성심(誠心, 성실하고 참된 마음, 진정성)을 다하니, 이는 도덕의 수양과 학문의 연마를 잘하고 못한 것이 문장에 그대로 드러나 가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뿌리가 깊으면 가지가 무성하고, 형체가 크면 소리가 우렁차며, 행동이 고결하면 말이 준엄하고, 마음이 순후(醇厚, 순박하고 맑음)하면 기운이 화평하며, 사리에 밝은 사람의 문장은 의심스러운 곳이 없고, 마음이 한가롭고 편안한 사람의 문장은 여유가 있습니다. 지체(肢體, 팔다리와 몸)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완전한(온전한) 사람이 될 수 없고, 문사(文辭, 생각이나 뜻을 문장으로 풀어 표현하는..

시능궁인변(詩能窮人辯): 시가 사람을 궁하게 만든다는 것에 대한 논변

옛날 구양영숙(歐陽永叔, 구양수)이 매성유(梅聖兪)의 시를 논하며 말하기를 “세상 사람들이 ‘시인은 출세한 사람이 적고 궁한 사람이 많다.’라고 하는데, 시가 사람을 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궁한 사람이라야 시가 공교로워진다(盖非詩能窮人 殆窮者而後工也).”라고 하였다. 매성유는 시에 능하여 세상에 크게 이름이 났으나 그의 지위가 남보다 앞서지 못하였기 때문에 구양영숙이 이렇게 말하여 해명한 것인데, 이는 마음에 격발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로 시는 사람의 재주 고하에 따라 성정(性情)에서 발로된 것이므로 지력(智力)으로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노력하여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궁하게 살면서도 잘하는 사람도 있고 높은 지위에 앉아서도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궁하게 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