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도둑질 하는 자
Posted by 優拙堂
절도나 강도가 어찌 빈궁한 사람 중에만 있겠는가? 부귀한 사람 중에도 있다. 가난한 사람은 굶주리다 못하여 밤중에 남의 집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 곡식이나 돈을 훔치다가 인기척을 들으면 깜짝 놀라 얼른 피신한다. 그러나 부귀한 사람은 탐욕에 빠진 나머지 위세(威勢)를 빙자해서 선량한 사람을 능멸해 대낮에 수많은 재물을 강탈한다. 그 정상(情狀, 있는 그대로의 사정과 형편)을 논할 것 같으면, 가난해서 남의 물건을 도둑질한 자는 오히려 불쌍한 생각이 들지만, 부귀한 사람의 강탈은 엄한 벌로 다스려야 할 것이나 그 위세를 두려워하여 말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온 나라 백성들의 마음에는 이런 자를 엄한 벌로 다스리기를 바라는데, 이것을 어찌 얼굴만 보고 다 알 수 있겠는가? 또 세상을 속여 이름을 도둑질하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