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주설(觀舟說): 배는 물이 아니면 다닐 수 없고 훌륭한 사공은 세찬 풍랑에 주저하거나 포기함이 없다
Posted by 優拙堂
나는 요즘 탁영정(濯纓亭)에 우거(寓居)하고 있는데, 탁영정은 도성 서쪽에 위치하여 긴 강을 굽어보고 있다. 강을 오르내리는 돛단배들이 아스라이 처마를 스치며 지나가는데 크고 작고 높고 낮은 모습들이 헛것인 듯, 그림인 듯 은은하다. 날마다 난간에 기대어 이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왠지 모르게 마음에 맞아 기분이 좋아진다. 배는 일개 무정물(無情物)에 불과하건만 어쩌면 이리도 우리네 학문 수양과 닮았는지! 튼튼하고 질박한 모습은 인(仁)에 가깝고, 밀물과 썰물에 따라 오가는 것은 신(信)에 가깝다. 가운데를 비워 외물(外物)을 받아들이는 것은 군자의 넓은 도량이 아니겠는가? 무거운 것을 싣고 멀리 가는 것은 죽은 뒤에야 그만두는 군자의 공부가 아니겠는가? 가까이는 물가에서 움직이고 멀리는 수평선까지 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