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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타인이 행한 일에서 선한 점을 인정하는 기준 / 홍석주

그 마음이 옳으면 행여 그 말이 잘못되었더라도, 군자는 그 마음을 보아 그 말을 용서해 준다. 비록 그 마음이 그릇되었다할지라도 그 말이 옳으면, 군자는 그 말을 취할 따름이다. 이것이 군자가 타인이 행한 일에서 선한 점을 인정하는 기준이다(此君子所以與人爲善也차군자소이여인위선야, 옮긴이 註: 그래서 논어에 군자는 긍지를 지니면서도 다투지 않고 두루 섞이어 조화를 이루되 패거리를 이루거나 편을 가르지 않고, 너그럽고 태연하며 교만하지 않다고 특정한다. 군자와 달리 소인은 그렇지 않다, 그 반대다. 옛 선진들은 소인중에서도 특히 그속을 드러내지 않는 용렬한 소인을 가장 경계하였다.). 한 나라 원제(元帝)가 풍야왕(馮野王)을 어사대부(御史大夫)로 삼고자 하여 석현(石顯; 한 원제 때의 환관, 내시)에게 물어..

[고전산문] 무명변(無命辯) / 홍석주

그렇게 해야 할 것이 그렇게 되는 것은 의(義)이고,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되는 것은 명(命)이다. 성인(聖人)은 의를 말미암는데 명이 그 가운데 있고, 군자는 의로써 명에 순종하고, 보통 사람 이상은 명으로써 의를 단정하고, 중인 이하는 명(命)을 알지도 못하고 그 의도 잊어버리고 있다. 이 때문에 명을 알지 못하고서 의에 편안할 수 있는 자는 드물고, 의에 통달하지 못하고서 명에 편안할 수 있는 자는 없다. 그러나 명(命)은 말을 하지 않을 때가 있으나, 의는 어디를 가나 행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므로 효로써 어버이를 섬기면서 그 명은 따지지 않고, 충(忠)으로써 임금을 섬기면서 그 명은 따지지 않고, 경(敬)으로써 자기 몸을 닦으면서 그 명은 따지지 않고, 부지런히 행실을 닦으며 그 명..

[고전산문] 용(庸)이라는 글자에 담긴 '한결같음'의 의미/ 홍석주

용(庸, 떳떳할 용, 쓸 용)과 구(久, 오랠 구)는, '언제나 일정하여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공히 가지고 있다. 이는 그 속성이 변함없이 '한결같음'(常, 항상 상, 떳떳할 상)을 뜻한다. 한결같음(常)의 속성이 바탕이 되어야 오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오래감' (久)의 뜻(訓)이 비로소 통한다. 주역(周易)에 “한결같이 떳떳한 덕(庸德)을 행하고, 한결같이 떳떳한 말(庸言)하기를 힘써 조심하라"(庸德之行 庸言之謹)”는 가르침이 이와 같다. 그래서 공자(孔子)는 “중용(中庸)의 덕은 지극하고도 지극하도다"(中庸之爲德也 其至矣乎)라고 하셨다. 용(庸)이 '한결같음(常)'의 뜻을 가졌다는 데에는 다른 논의가 있을 수 없다. 천하 만물을 담고 품어서 태어나 자라게 하는 것은 천지(天地) 대자연의 '한..

[고전산문] 문장의 법도 따위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글을 지을 때는 답답하게 법도(法度, 정해놓은 법칙과 형식) 따위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법도는 자연스런 형세에서 나오는 것이지, 평상시에 강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까닭이다. 어린 아이가 처음 걸음마를 배울때는 항상 빨리 달리다 잘 넘어지곤 한다. 그런데 턱이 높은 문지방을 넘는 걸 보면, 반드시 한 쪽 다리를 먼저 문지방 밖으로 내놓은 다음, 문지방 안쪽에 있는 다리로 문지방을 사이에 끼워 놓은다. 그런 다음 다리가 문지방 건너편 땅에 닿지 않기 때문에 엎드려서 문지방 말뚝을 붙잡고서 문지방 안쪽의 다리를 거두며 문지방을 천천히 넘는다. 어찌 어린 아이가 그런 방법을 배웠겠는가? 형세가 부득불 그렇게 만들었을 따름이다. 마치 곧게 흐르던 물도 산을 만나면 산을 안고 돌아 흐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처..

[고전산문] 고개를 숙이고 도적의 무리에 휩쓸릴 수는 없다

선비가 성현의 말씀을 암송하고 성현의 행실을 몸소 실천하는 것은, 장차 마음에 품은 뜻을 소중하게 여겨 지키고, 덕(德)을 기르고 베풀기를 힘써 노력하려는 것이다. 지금 길을 같이하여 나아가고, 문을 같이하여 들어가며 뜰을 같이하여 달리는 자들은 백 명 천 명의 사람이 모두 도적들이다. 유독 나만 홀로 성현의 말씀을 암송하고 성현의 행실을 애써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듯하다. 그럴진대, 어찌 내가 세속의 부패한 권세와 불의한 권위에 고개를 숙일 것이며, 꽁무니를 쳐들어 두려워하고 전전긍긍하며 도적의 무리를 뒤쫓을 수 있겠는가? 참으로 이런 이치는 결코 없는 법이다. 내가 들으니, '청렴한 자는 갓과 의복이 바르지 않은 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내세우는 명분이 의리에 어그러지면 군자는..

[고전산문] 인간이해(人解)

사람은 천하 만물 가운데서 영물(靈物)인 까닭에 진실로 금수(禽獸,하늘과 땅의 짐승)와 비교할 바가 못된다. 그러나 무거운 것을 지고 나르는데는 소(牛)만 못하고, 장거리의 먼 곳을 가는데에는 말(馬)만 못하다. 물에 들어감에 있어서는 물고기만 같지 못하고, 바람을 타고 거슬러 하늘을 날아감은 새만 같지 못하다. 그러므로 사람과 금수(禽獸)중에서 어떤 것이 더 나은지, 나는 알지 못하겠다. 다만 사람만이 금수(禽獸)를 다스리고 부릴 수 있고, 금수(禽獸)는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러한 점에서 사람이 금수(禽獸)보다 영험(靈驗)한 이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할지라도 만약 천하에 사람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에, 금수(禽獸)가 살아가는데에 이무런 지장도 해(害)도 될 것이 없다. 반면에 천..

[고전산문]아는 것을 안다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해야 한다

공자의 제자인 자로가 화려하고 엄숙한 옷을 차려 입고 공자를 뵈었다. 이 모습을 본 공자가 말했다. "유(由)야! 이렇게 성대하게 차려 입은 이유가 무엇이냐? 예전에 강수(江水)는 민산(岷山)에서 나와서 그 처음 출발할 때, 그 근원에서는 겨우 술잔 하나를 띄울 수 있는 냇물이었다. 그러나 그 강물이 강나루에 이르면, 배를 나란히 놓아둘 수가 없고, 바람도 피하지 못하며, 가히 건너 갈 수가 없다. 이는 아래로 흐를수록 물이 많아서가 아니겠느냐? 지금 너의 의복은 화려하고, 그 화려한 의복으로 인하여 얼굴빛은 기쁨으로 가득하니, 천하에서 또 누가 즐거이 너에게 간하겠느냐?"자로가 급히 나가서, 옷을 갈아 입고 들어 왔는데도, 늠름한 모습이 그대로였다. 이에 공자가 말하였다."내가 말한 바 그 뜻이 무엇인..

[고전산문]자기를 아는 사람은 남을 원망하지 않는다

공손하고 검소한 덕은 무기의 재앙도 물리칠 수 있다. 비록 창의 날카로운 끝이 있더라도 공손하고 검소한 덕의 날카로움만 못하다. 그러므로 남에게 좋은 말을 해주면 상대방에게는 그것이 포백(布帛, 삼베무명 과 비단, 옷감을 뜻하는 말)보다 따뜻하고, 남에게 말로써 상처를 주면 상대방에게는 그 상처가 창에 찔리는 것보다 더 깊다. 그러므로 광활한 대지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것은 그 땅이 불안해서가 아니다. 발이 떨려 감히 밟지 못한 것이니 그 까닭은 순전히 말로써 남에게 상처를 입힌데에 있다. 큰 길을 걸어가면 사람이 많아 소란스럽고 작은 길을 걸어가면 울퉁불퉁하여 위험하니, 아무리 신중하지 않으려 해도 그 무엇이 신중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만 같다. 감정대로 거침없이 행동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은..

[고전산문] 사람이 사람으로 불리우는 이유

사람에게 세 가지 상서롭지 못한 일이 있다. 나이가 어리면서도 연장자를 섬기려 하지 않는 것과, 신분이 미천하면서도 존귀한 자를 섬기려 하지 않는 것과, 어질지 못하면서도 어진 자를 섬기려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세 가지 상서롭지 못한 일이다. 사람에게 세 가지 반드시 곤경에 빠질 일이 있다. 윗사람이 되어 아랫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고, 아랫사람이 되어 윗사람을 비방하길 좋아하는 것이 사람이 반드시 곤경에 빠질 첫 번째 일이고, 상대방을 대면하여 순종치 못하고 뒤돌아서서 비난하는 것이 사람이 반드시 곤경에 빠질 두 번째 일이고, 지혜는 낮고 행위는 경박하며 그 재능의 유무가 또 일반인에 비해 크게 미치지 못하는데도 어진 사람을 추천하지도 못하고, 지혜로운 인물을 존경하지도 못하는 것이..

[고전산문] 군자(君子)와 소인(小人) 의 차이

선량한 행위를 보면 엄정하게 반드시 그것으로 자기를 반성해보고, 선량하지 않은 행위를 보면 두려운 마음으로 반드시 그것으로 자기를 반성해보아, 선량한 품행이 자기에게 있을 경우 정갈하게 여겨 반드시 그것을 스스로 좋아하고, 선량하지 않은 품행이 자기에게 있을 경우 더럽다고 여겨 반드시 그것을 스스로 혐오해야 한다. 그러므로 나를 지적하는데 그 지적이 합당한 사람은 나의 스승이고, 나에게 찬성하는데 그 찬성이 합당한 사람은 나의 벗이며, 나에게 아부하는 사람은 나의 적이다. 이 때문에 군자(君子)는 스승을 존중하고 벗을 가까이하면서 그 적을 철저히 증오하고, 선량한 품행을 좋아하여 싫증을 내지 않고 충고를 받아들여 경계심을 갖는다. 이렇게 하면 비록 진보하지 않으려 한들 그게 되겠는가. 소인(小人)은 이와..